여섯 개의 점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들이 세상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도구인 '점자' 얘깁니다. 점자는 1808년 프랑스 육군장교 바르비에가 야간전투에서 활용하기 위해 생각해냈다고 하는데요. 당초에는 열두 개의 점자를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 후 루이 브라유(Luis Braille)라는 사람이 군용으로 만들어진 점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체계화해서 현재 많이 쓰는 여섯 개의 점자 체계를 확립했다네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점자를 브래유(Braille)라고 부른답니다. 이 점자는 단순히 말을 문서로 기록하는 것 이상입니다. 수학공식, 음악기호 등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에서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에 맞춰 개선했고, 1997년에 국가표준점자가 고시됐습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출판물의 2% 정도만이 점자방식이라고 합니다.
"메세나가 무슨 뜻이에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란 뜻이에요."
인사를 나누며 명함을 주고 받습니다. 건네 받은 명함이 오돌도돌 까슬까슬합니다. 낯선 촉감에 명함을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명함에 점자로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단 눈길을 끕니다. 상대방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썩 괜찮은 마케팅 수단이겠구나. 얘기가 나아갈 수록 번뜩 들었던 생각이 부끄러워집니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했어요."
"보통 나눔경영이나 기부문화라고 하면 자선적 의미를 부여하려 하는데요."
"하지만 나눔경영은 기업이 건강한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올바르게 돈을 벌고 올바르게 돈을 쓰고자 하는 바람이에요."
단순하게 생각해 봤습니다. 아파트를 짓고 파는 건설사에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리 큰 고객은 아닐 것입니다. 세련된 디자인을 자랑할 수 없고, 근사하게 지어 놓은 모델하우스를 보여줄 수도 없겠지요. 여섯 개의 점으로 이름을 기억하고 거래할 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섯 개의 점을 활용한 점자를 명함에 세겨넣습니다.
벌써 몇년 전의 이야기인데요. 지금은 주택경기 불황 탓에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그럼에도 이 건설사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응원을 아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따뜻함을 나누는 기업정신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을 밝혀주는 여섯 개의 점과 아파트. 과연 기업과 기업가의 정신에만 깃들여져 있는 것일까요? 찾아보았는데요. 우리 사회를 더욱 성숙하게 해주는 수업료는 이미 부동산과 아파트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무장애주택'이라는 개념이 있네요. 무장애주택은 고령자나 장애인을 위해 문턱을 없애고, 계단외에 이동수단을 설치하고, 욕조 높이를 낮추는 등의 시설이 갖춰지는 주거형태인데요. 보금자리주택의 사례를 보면 안전손잡이와 좌식 샤워시설 설치, 가스밸브 높이 조절 등이 선택형 항목으로 제공됩니다. '장애인 부동산무료중개센터'도 있네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장애인과 저소득 소외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주민복지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무료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라면 각 구청 지적과 등에 신고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새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한 '장애인 공동주택 특별공급'도 있습니다. 이는 장애인 무주택세대주가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건설하는 60㎡이하, 공공이 짓는 85㎡이하의 주택 중 일정 물량을 우선해 분양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서울시에서는 '저소득 중증장애인 전세 보증금 무상 지원제도'가 있네요. 서울시는 저소득 중증장애인에서 총 227가구, 112억3100만원 규모의 전세주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월세로 사는 장애등급 1~2급의 경우, 7000만원 이내의 전세자금을 최장 6년간 지원합니다. 이외에 각 지자체에서는 장애인이 생활하기 편리하도록 저소득 장애인 주택개조사업을 벌이고 있네요.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네요. 따뜻한 세상을 위한 발걸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장면도 많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사람들의 따뜻함이 '돈' 앞에 쉽게 무너지는 현장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장애인이 집을 구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관련 커뮤니티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집을 보러가면 집 주인이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부한다는 거지요. 반면, 장애인 혜택만 노린 부적격 장애인(또는 명의도용)이라는 문제들도 많네요. 좋은 뜻을 시행하려는 힘든 걸음인데 이런 양심의 털난 행동은 어긋난 것이겠습니다.
코너=부동산만화경/글=이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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