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경제학]적인 요인에 의해 많이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사실이다.하지만 많은 경우 부동산 가격이 변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경제학적인 요인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면 같은 위치, 같은 평형의 아파트라도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 아파트가 300세대 이하의 소규모 세대에 비해 가격이 더 높은데 , 경제학적으로 보면 같은 위치, 같은 평형이라면 동일한 상품으로 취급돼동일한 시세를 형성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거래의 편리성이라던가, 향후 투자가치와 같은 다른 요인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경제학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든 것이다.경제학에서 정의하는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학교에서 경제학을 배우거나 경제학책을 보는 경우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바로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동물]이라는 짧은 한 문장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하고, 각자 자기의 일만 열심히 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물건의 가격을 자연스럽게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해 준다고 믿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인간의 정의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선택의 주체들은 나름대로 기회비용을 계산하여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한다. 선택가능한 여러 대안들 중에서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따지는 기준이 선택하는 주체에 따라서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스스로 가지고 있는 기준에 따라 최선의 대안을 선택할 것임을 기대할 수 있다.선택행위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전제는 매우 중요하다. - 경제학 원론 (조성환/곽태원/김준원 공저)/ 경문사 2001
위의 문장은 필자가 졸업한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 원론 첫시간에 배우는 내용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부분의 경제학 원론 첫시간에 배우는 문장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합리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을 사서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인간은 그다지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합리적 인간]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 집값이 안 오르거나 떨어지고 있다. 대부분 엄청난 대출을 끼고 있는데 , 버티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집을 파는 게 정상이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의 저자 선대인 부소장 - 2008.10.8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중 일부
위의 인터뷰 내용은 어느 경제 전문가가 인터넷 언론사와 인터뷰 했던 내용이다. 시점상으로 이러한 인터뷰가 있은 후 5개월이 지난 시점인 2009년 3월부터 강남 재건축 시장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상승이 있었다.
그리고 2009년 5월부터는 전세가격도 상승하여 [전세대란]이라는 말을 언론을 통하여 자주 접하게 된 것이다.만약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부동산을 2008년 10월에 팔았어야 하는가? 물론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을 비관적으로 볼 수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바로 [경제학]적인 관점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대해 모든 설명을 해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수요와 공급량만을 가지고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기에는 개발에 따른 기대감, 그리고 전세가격 상승에 따라 매입 시점을 서두르거나 아예 포기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
인간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경제 주체는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경제학]적으로만 분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대다수의 배웠다는(?) 전문가들은 오로지 경제학적인 변수만 놓고 가격을 예측하는 오류를 범한다. 특히 인구구조에 의해 부동산 가격을 파악하는 경우, 단순하게 [베이비 붐]세대가 은퇴를 함에 따라 부동산을 다 팔고 나갈 것이기 때문에 조만간 다가올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모든 부동산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에 대한 증거로서 미국와 일본에서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 부동산 지표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함께 보여주기도 하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100% 완벽하지 않다. 왜냐하면 부동산은 경제학적인 요인 이외에도 [심리학적 요인]도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감성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성적인 설명만으로 부동산 가격을 설명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가진 [감성]이라는 항목에 대해서도 관찰되고 분석되어야 한다.
부동산은 심리학이다
당신이 지금 집을 소유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가격 정보를 어디서 얻는가? 집앞의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붙어 있는 매물 가격표 또는 신문지상의 아파트 시세표 등을 통하여 시세를 대강 예상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매물로 내놓을 때 팔아야 할 가격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정확히 계산하여 인근 부동산에 매물로 내놓는가? 아닐 것이다.
인근 부동산에서 [요새 가격이 오르는 추세입니다 또는 요새는 급매도 잘 안나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같은 평형이 얼마에 거래되었으니, 이 정도 가격으로 내놓으시면 되겠네요.]라는 식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만일 개발호재가 발표되면, 슬그머니 매물을 취소하기도 할 것이다. 집을 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러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인근 부동산을 돌며 대강의 시세를 파악한 다음, 동네 분위기가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인지, 내리는 분위기인지를 보고 가격이 오르는 분위기라면 서둘러 집주인을 불러서 계약서를 쓰려 할 것이고, 내려가는 분위기라면 느긋하게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즉 부동산 거래에 있어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심리적인 요인]이라는 것이다. 개발 호재가 발표되는 경우를 보자. 지금 당장 아파트가 어떻게 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한경변 르네상스 개발계획]에 의해 한강변에 위치한 지역에 대해 집중적인 개발을 한다고 해도,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가 내일 당장 재건축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올라가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여기가 개발되면, 가격이 더 올라갈 것이다.]라는 개발 기대감, 다시 말하면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2009년 하반기 전셋값 동향이 심상치 않았다. 1주마다 서울은 평균 0.3%~1%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1) 부동산 중개업소 이야기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
앞서 잠시 이야기되었던 것처럼, 부동산 가격 , 특히 아파트 가격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이야기에 의해 가격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동시에 단지 앞의 부동산에서 부동산 동향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는 그 특성상 해당단지에 대해, 매도자에게는 비관적인 전망을, 그리고 매수자에게는 긍정적인 전망을 강조함으로써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로 인해 부동산 가격 결정에 영향을 받는 것이다.
즉 객관적이지 못한 정보에 의해 내놓은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다. 요새는 인터넷으로 가격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순진한 생각이다. 일명 ‘손님끌기’용으로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일단 손님을 모시고 보자는 것이 또한 부동산 중개업소의 인터넷 영업 방법이기 때문에 화면으로 낮은 가격을 확인하고 해당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그 물건 방금 나갔는데요’라는 이야기만 들을 뿐이다. 많이 경험해봐서 알 것이다.
(2) 단지내 부녀회 활동에 의해서도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
부동산 가격 결정이 [경제학]으로 설명되기 힘들 게 만드는 현상인데 바로 단지의 부녀회장이 어느 정도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가에 따라 가격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단순하게 수요공급의 원리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세보다 낮게 부동산 매물을 등록하는 부동산 중개업소와는 거래하지 않도록 단지 주민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공개적으로 ‘3.3㎡당 얼마 받읍시다’라고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특별히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다른 집도 어련히 시세보다 비싸게 매물로 내놓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자신도 알고 있는 시세보다 비싸게 집을 내놓게 된다.
(3) 언론에 의해서도 부동산 가격이 결정된다.
뉴스라는 것은 사실관계보다 조금 더 과장하여 제목을 작성하거나 용어를 사용해야 언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 [하락]대신 [폭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전세를 구하기 힘든 경우 [전세난]이라는 용어보다는 [전세대란]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언론이 역설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스포츠 중계하듯 잠실 재건축 단지의 가격이 얼마 오르고 얼마 내리고 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매도자의 사정은 무엇인지, 언제 얼마에 사서 얼마에 파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없이 단순히 [1주만에 호가 2000만원 상승] 또는 [5000만원 내려도 매수세 없는 끝없는 하락]이라는 식으로 기사가 작성되면 언론은 항상 사실만을 정직하게 전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순진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글=주택문화연구소 우용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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