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아래의 글을 보자. 글 자체는 사람들이 왜 강남의 집을 사는지를 직접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은 기업의 마케팅부 사람들을 대상으로해 일반적인 소비재 , 구두, 시계, 향수 같은 제품들을 구매하는지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많은 고급품들을 보면 로고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제품을 소유한 사람들은 로고를 통해 자신의 고상하고 세련된 취향을 만방에 선포한다. 어떤 소비자들은 자신이 특정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을때 그것을 세상이 알아주기 바란다. [사람들은 왜 소비하는가/파맬라댄지거,p105,거름출판]
어떤가? 고급품이라는 단어 대신 강남아파트라는 단어를 넣어보면 말이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고급품대신 ‘타워팰리스’를 넣어보도록 하자. 다시 단어를 바꾸어 다시 표현해보도록 한다.
‘많은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은 타워팰리스 거주자라는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고상하고 세련된 취향을 만방에 선포한다. 어떤 소비자들은 자신이 타워팰리스를 소유하고 있을때 그것을 세상이 알아주기를 바란다.’
물론, 어느 지역에 살고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고상한 취미를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누가 타워팰리스 산다고 하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지 않겠는가. 그가 성공한 사업가라거나 아니면 불법적인 거래로 돈을 많이 벌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 적어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같은 책에서 저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주장을 한다.
오늘날과 같이 소비자 중심의 사회에서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은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문제라 아니라 감정에 바탕을 둔 욕구를 충족시키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 [p24]
사실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것이나 강북지역에 거주하는 것이나 아파트라는 상품자체의 특성과 품질은 큰 차이가 없다. 건설회사들이 강남에 짓는 아파트는 최대한 고급으로 좋은 재료와 자재만 사용하고 강북의 아파트에는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자재나 마감재를 사용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더욱이 2000년 초에 지어진 타워팰리스와 2009년에 지어지는 아파트들을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새로 지은 아파트일수록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더 나은 디자인을 통해 같은 면적이라도 더 넓어 보이도록 시각적 배려를 아낌없이 하고 있지 않은가.
물질적인 욕구라는 것은 어찌보면 매슬로우의 단계적 욕구에서 하위단계를 차지하는 생존의 욕구, 안정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아파트라는 안전한 휴식처자체만을 원한다면 그것은 물질적인 욕구라고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감정에 바탕을 둔 욕구라는 것은 이보다 조금 더 상위에 위치한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라던가 자아실현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바탕을 둔 욕구라는 짧은 문구가 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가 더 프리미엄이 붙는지 왜 공원에 인접하여 공원을 볼 수 있는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더 비싼지를 명쾌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먹고 사는 것 그리고 단순하게 잠을 잘 곳이라면 아파트 1층이건 10층이건 상관없다. 그저 아파트이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심리학적인 요소가 들어가게 되면 이때부터는 층수가 어떤지 창문에서 강이나 바다·공원이 보이는지가 중요해지기 시작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 공간에 불과한 데 값이 오르는 것은 무조건 거품이고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리는 데 이러한 관점은 아파트라는 상품을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콘크리트와 시멘트의 조합이 아닌 지역적으로 사회적인 위치와 품격을 나타내는 수많은 지표들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은 일반적인 경제학적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속성들을 보이는 것이다.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물건은 사용하다가 고장나면 버리고 다른 것을 구매할 수 있다.
아무리 값비싼 시계나 구두라도 고장나면 버려야 하는 것이다. 반면 아파트는 고장난다는 개념이 없다. 시간이 오래돼 아파트가 노후화되면 그때부터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라는 다른 호재가 작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격이 더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아파트가 자리를 잡고 있는 소위 말하는 ‘입지’자체도 상당히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같은 GS 자이라도 반포에 있는 GS자이와 파주에 있는 GS 자이의 가격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평형 같은 남향이라도 하나는 반포 다른 하나는 파주에 있다는 사실로 가격이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강남의 집을 사고자 하는가. 아니 , 왜 강남의 집을 원하는 것인가 ?
그것은 아파트 자체가 가진 속성에 더해 아파트가 위치한 지역이 주는 심리적 만족을 위해서이다. 교통, 학군 등의 이유는 이러한 심리적 만족에 포함될 수 있다.
왜냐하면 만일 대치동이나 중계동에 거주하는 학부모가 합리적 판단을 하는 존재라면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그 동네를 떠나야 하는 것이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시를 마쳤다고 볼 일은 다 본거라고 떠나는 학부모는 거의 없다. 입시라는 합리적인 이유이외에도 그동안 쌓인 정이라던가 이웃으로 알고 지낸 사람들과의 커뮤니티가 강해지는 이른바 심리적 이유가 이사를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무리해서 전세로 들어온 경우 2년 또는 4년간만 해당 지역 거주 후에는 다시 낮은 가격의 전세가를 제공하는 지역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누구나 강남에 사는 것 좋고 강남에 가면 자녀도 그렇고 부모들도 그렇고 좋은 학군이라 던가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바로 그 점이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강남의 집값을 올리는 계기일 것이다.
글=주택문화연구소 우용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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