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놈들”… “글로벌 절도국가 됐다”… “좀도둑만도 못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를 침입한 사람들이 국가정보원 직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조선일보 22일자 인터넷판 기사)이라고 합니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 좀도둑 노릇을 해야만 했던 국정원 직원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어쩌면 국익을 위해 더한 일도 하리라 각오하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저런 일까지도 하는 구나. 마음 한 켠에서는 저런 사람들이 적이 아니라는 게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국가정보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는데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자유와 진리를 향한 한걸음. 한걸음”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걸어가겠습니다.” 이런 말들로 방문자를 반기네요. 솔직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걸어가는 게 아니라 말하지 못하고, 알아주기 민망한 일을 하기에 묵묵히 걸어가는 건 아닐까요.
여하튼 이번 해프닝을 보면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정부의 정보수입에 대해 단편적인 기억과 경험을 모아 봤습니다. 국정원이 이런 곳까지 정보를 수집하는 구나. 경찰이 이런 데까지 찾아오는 구나. 국토부 직원이 여기서 일을 하다니 신기하네…. 뭐 이런 식의 기억들입니다. 종합해보니 정부에서는 생각보다 구체적인 영역까지 부동산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도 하지요. 저인망식 정보수집이라나 할까요.
“방금 나간 사람들은 누구예요? 분위기가 좀….”
“국정원 직원들이에요. 간혹 다녀가요.”
“네? 건설사에 웬 국정원 요원이 드나들죠?”
“저도 잘 몰라요. 산업동향파악 정도라고 하던데….”
아무르군이 어느 건설사 홍보실 팀장과 나눴던 대화인데요. 국정원의 역할이 국가산업의 보호와 산업스파이의 색출이라는 경제전쟁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잖아요. 근데 별로 크지도 않은 주택전문 건설업체까지 출입하는지 몰랐던 터라 살짝 당황했지요. 아쉽지만 당황했기에 초보티를 팍팍 냈고요.
국정원 발 ‘고분양가 문제에 대한 진단 및 대책’ 같은 문건들이 작성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진행됐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랬을지 모르는 게 아니라 그랬겠지요? 오차범위 ±1%쯤이라고 말하면 너무 비과학적일까요.
“허위 광고한 홍길동건설은 물러가라~!”
“너 죽고 나 죽자. 이대로 가면 우린 다 죽는다!”
“사생결단! 돼지우리 곁에 아파트 단지가 웬 말이냐?”
아무르군은 입주를 앞둔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시위현장을 지켜보고 있는데요. 무슨 이유에선가 분노한 주민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확성기를 들고선 목청을 돋우고 있습니다. 긴장한 표정의 건설사 용역 직원들은 시위대의 마음을 달래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혼잡스런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관조적인 중년 남성이 그 사이를 어슬렁거립니다.
“시위대가 건설업체 본사로 언제 떠난대요?”
“….”
“어느 신문사에서 나오셨어요?”
“….”
어슬렁거리는 사내와 말을 섞는 게 마땅하지 않기에 아무르군은 대꾸 않고 자리를 피해 시위대의 동정을 메모지에 기록합니다. 솔직히 인간적으로 바람에 실려 오는 돼지우리의 분뇨냄새가 아무르군의 객관적인 사태파악을 방해합니다. 코가 찡그려집니다. ‘이런 곳에 뭔 아파트단지야?’
“저, 전 건설사 직원 아니에요.”
“그럼요?”
“홍길동경찰서 정보과에서 나왔어요.”
“사복경찰이 이런 데서 뭐해요?”
“관할지역서 시위하면 동정 파악해야 하잖아요.”
건설사 직원이 아니라면서 멋쩍은 웃음을 보이던 정보과 형사. 아무르군은 ‘경찰이 이런 정보까지도 일일이 나와서 챙겨보는 구나’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공공의 안녕을 위해 경찰이 해야 하는 당연한 일 같기도 한데요. 어찌 보면 소비자와 공급자간의 지극히 사적인 분쟁인데도 공권력이 그 동향을 분석하고 있네요.
“요즘 해외부동산에 한국사람들 투자 많이 하지요.”
“이 나라는 아파트 가격도 공개된 게 없죠?”
“아파트 사고파는 건 그냥 당사자끼리 계약이라고 보는 거죠.”
“같은 아파트라도 제 각각 다른 값을 주고 사기도 해요.”
“그나저나 건교관님, 좋은 자료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르군은 홍길동이라는 나라의 부동산시장 동향을 취재한 적이 있는데요. 한국과 달리 부동산에 대한 시세정보가 공개된 게 없더라고요. 시세를 조사한 보고서는 그 자체가 지적재산이라 돈을 주고 사서 보는 형편인데다, 그 조사범위와 질도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이지도 않아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한국대사관에 접촉, 담당 공무원을 만날 수 있었는데요. 당시 ‘아무개 건교관’이었습니다. ‘건교관’은 당시 건설교통부 소속 직원인데 한국대사관에 파견 나온 사람을 말하는 직책이었는데요. 지금은 국토해양부(국토부)이니까 ‘국토관’쯤 되겠지요. 대사관에는 외교통상부 소속 직원들만 있는 줄 알았던 어리버리한 아무르군은 건교관이 대사관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는데요. 주재국의 건설교통 관련 정보를 수집해서 우리나라에게 보고하는 일을 한다고.
건설사를 출입하는 국정원 요원, 시위하는 입주자들의 동향을 수집하는 정보과 형사, 대사관에서 외국의 부동산 정보를 조사하는 건교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예상 밖의 공권력을 만나는 순간의 당황스러움. 이번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을 보면서 정부는 생각보다 많은 부동산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너=부동산만화경 | 글=이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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