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기억 하는가 2007년 11월 1일이 무슨 날이었는지 말이다. 모 증권사에서 ‘묻지마. 알아서 중국에 투자할테니까’라는 내용으로 ‘통찰력’이라는 이름의 펀드를 팔기 시작했던 날이다. 당시의 증시는 온통 장밋빛으로 가득하여 2007년초만 하더라도 코스피 지수는 1300이었는데 그 날은 2000을 넘어 사람들은 이제 당장이라도 3000까지 올라가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기대했었고 중국에 대해서는 북경 올림픽이후에도 경제 성장률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될 것이라고 믿었었다.
그 펀드를 팔기 시작했던 날이 기억해보면 마치 발렌타이데이에 서둘러 케익을 아무거나 사서 연인에게 달려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은행에서 번호표 받듯 증권창구에서 번호표를 받아 창구 직원이 싸인하라는 곳 이곳저곳에 서명하고 뿌듯해하면서 돈 좀 만질 것이라는 기대하던 눈빛들도 동시에 기억나고 말이다.
차분하게 생각해보면 그때는 분명히 과열양상이었다고 지금은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펀드하나 들지 않으면 원시인 취급을 받았었고 , 특히 중국이나 베트남에 투자하지 않으면 국제 정세를 완전히 등지고 사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야 했었고 말이다.
그때를 가만히 돌이켜보면 우리는 모두 무엇엔가 홀린 듯 투자를 했었다. 주식이나 펀드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계속 옆에서 ‘좋은 거다. 수익률 잘 나오고 있다’라고 하면서 저녁이라도 근사하게 대접하면 관심 없던 사람도 점차 흥미를 가지게 됐었다. 거기에 더해 한국사람의 특수한 심리상태인 ‘배고픈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다’,‘[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심리상태가 마구 자극됐던 것이다.
혹시 여기까지 읽으면 당연히 주식이나 펀드니까 그런거지… 라는 생각을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4차 뉴타운 지정이 된다더라 , 구청장이 서울시장에게 약속받았다더라 하는 소문이 창궐하던 강서구 H동에 불었던 투자 열풍 기억나는가. 투자에 현혹되는 것은 상품이 어떤가하는 것을 막론하고 모두 이러한 ‘바람’이 불어 ‘혹’하게 되는 상태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밴드 웨건 (Band Wagon)이라고 들어보았는가 ?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그 악대차말이다. 옛날 미국 서부시대에 밴드가 실제로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것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야간 업소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어찌되었든 기본적인 형태는 유사하다.
당신들을 혹하게 하여 투자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당신 자신의 판단인지 풍악을 주변에서 울려대면서 혼을 빼놓는 주위 사람들인지 판단해야 한다. 투자는 사람의 얼굴과 같아서 각 사람마다 다른 형태로 이루어져야 하는 개인적인 것이다. 그러한 투자자 개인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게 좋다더라’하는 식의 이야기에 흔들리게 된다면 아무리해도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을 수는 없게 되는 것이다.
기억하자. 군중들을 따라가다보면 결국 상투잡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진정한 투자는 남들이 가치를 두지 않는다것을 찾거나 아니면 남들보다 조금만이라도 일찍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 강서구가 그렇고 인천이 그랬다. 남들이 먹을 것 다 먹고 빠져나올 때쯤 , ‘그럼 나도?’ 하면서 들어갔던 사람들, 참으로 오랫동안 소유주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풍악이 들려올때, 그리고 남들이 모두 몰려갈 때가 오히려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 잊으면 당신만 손해일 것이다.
/디엠지미디어 부설 주택문화연구소 우용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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