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후분양제와 관련된 이슈정리
0. 들어가며
다주택자 규제, 강남 재건축 규제, 신혼부부 우대, 청년임대주택 활성화 등은 주택시장에서 문재인 정부가 핵심으로 삼고 있는 키워드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와 후분양제 도입이라는 아이템이 남아 있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거론될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이어받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기억해 본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는 후분양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지만 조만간 중요한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생각, 미리 간단하게 후분양제에 대한 이해자료를 준비했다. 사실, 원론적으로 또는 원칙적으로 후분양제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건설업자를 제외하고는 그럴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후분양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그 제도가 과연 서민들에게 유리한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후분양제를 찬성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갈리고 있다.
소위 펜스만 두르고 아파트를 팔아서 건설업자만 돈을 번다는 현행의 선분양제! 현대판 봉이 김선달식 사업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이에 사람들은 현행 선분양제를 비판하며 마치 껌을 다 만들어서 가게에 내어 놓고 파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건설업자들에게 아파트를 다 짓고서 팔라고 주장한. 즉, 후분양을 해라. 그게 공정하고, 투기를 막고, 건설업자들의 부당이득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조금 거친 논리이긴 하지만 틀리진 않았다. 하지만 후분양제의 도입을 건설업자 규제책으로 내놓은 게 아닌 만큼, 내 집 마련 서민(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되는)들에게는 어떤 손해득실이 있는지 좀 더 고민해 볼 일이긴 하다.
0. 후분양제는 무엇인가?
후분양제도는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아파트를 다 짓고 난 다음, 준공을 해서 집 모양을 다 갖춘 다음에 소비자에게 집을 파는 제도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입주 후 미분양 아파트를 사는 것과 같은 모습을 상상하면 쉽겠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처럼 완전한 후분양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몇 백 세대, 몇 천 세대의 아파트를 미리 다 지어놓고 팔아야 한다면, 그만한 돈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현재 선분양제를 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책적으로 후분양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분양하는 시점을 어느 정도 아파트를 지은 상태에서 결정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파트를 짓는 비율이 있다. 공정률(공사가 진행된 비율)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준공(완공)이 되면 공정률 100%라고 가정할 경우, 후분양제를 도입한다고 할 때 공정률 40%로 할 것인가? 60%로 할 것인가? 80%로 할 것인가를 현실적으로 조율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공정률 80%는 건물의 모습은 다 갖춰진 상태로 볼 수 있다. 내부의 전기배선 등의 작업이 남은 상태가 공정률 80%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 분양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주택법과 주택공급에관한규칙의 적용을 받는다. 이들 법규에는 선분양제와 후분양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분양제만 가능하고 후분양제가 금지된 것이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후분양제를 선택하는 비율이 극히 낮을 뿐이다.
0. 2004년 참여정부에서도 도입논의 활발
사실 우리는 후분양제를 이전에도 본격적으로 논의했던 적이 있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이끌었던 참여정부 시절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난 사람이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만큼 후분양제에 대한 스터디는 충분한 상태로 보인다. 이는 반대 논리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스터디된 상태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다시 후분양제 이야기로 돌아와서, 참여정부 당시 후분양제 도입과 관련된 당시 건설교통부의 자료를 보면, 향후 후분양제 도입과 진행의 양상을 이해할 수 있겠다. 참여정부에서 후분양제를 도입하려 발표했던 정책자료를 보면, 후분양제를 총 3단계로 나눠 약 10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초기 3년 동안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은 공정률 80% 이후부터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추진했다. 또한 정부가 콘트롤 하기 쉬운, 공공부분의 아파트에 후분양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정부의 입김이 많이 만영되는 주택기금을 받는 민간사업에도 후분양제에 대한 요구를 강력하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참여정부에서 제시했던 후분양제의 진행과정은 초기단계 공정률 40%, 이후 60%로 분양시기를 늦췄다가 최종적으로 공정률 80%에 분양하는 후분양제를 목표로 내세웠다. 앞서 말했듯이 건물의 모습을 모두 갖춘 상태로, 시각적으로 아파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다. 공공부터 먼저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자금마련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시하였다. 현재도 후분양제 지원을 위해, 후분양 주택자금을 민간주택건설사업자에게 지원하고 있기는 하다.
아마 이런 참여정부의 후분양제 정책은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부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1978년 주택공급에관한규칙이 제정될 때에 분양을 할 수 있는 공정률은 20%로 선분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국가, 지자체, 주택공사 등의 경우는 공정률 20%가 되지 않아도 분양할 수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선분양에 대한 우선권을 공공에게 줬다. 선분양이든 후분양든 공공이 먼저 적용하는 모습인데, 이는 정책의 목표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선분양과 후분양의 선택이 달라지고 정책의 목표는 아무래도 공기업이 선봉에 서서 달성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의 선분양제도는 먼저 건설업자가 대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주택보증공사 등으로부터 분양보증을 받고 나서 착공에 들어간 경우에 분양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선분양에 대한 규제가 다양해서, 서울시 재건축 재개발의 경우에는 이주와 철거가 완료된 이후에 분양할 수 있다.
0. 후분양제 하면 뭐가 좋은가?(선분양제가 왜 나쁜가?)
선분양제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기에 후분양제 도입요구는 끊이지 않는다. 현행 선분양제는 내 집 마련 수요자가 실제 집을 보지 못하고 사야 한다는 소비자의 권리측면에서의 침해가 심각하다. 또 분양권 전매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추가로 부실시공이나 과장광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비자 보호측면도 이야기 된다. 선분양은 아파트 공급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제도라 대량의 공급에 따른 시장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 맞는 말이지만 궁극적으로,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과의 전쟁, 즉 부동산투기수요를 억제하는데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는데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부동산 투자세력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고 1가구 다주택자는 모두 투기세력이라는 극명한 개념정의를 통해 투기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문재인 정부의 투기수요 정의에 대한 입장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한 공기업 연구소의 발표자료에 따른 것임)
이런 정부의 관점에서 볼 때,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선분양 대신 후분양제 도입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분양을 받을 생각이 없거나, 분양받을 상황이 되지 못하는 많은 대중들이 건설자본의 폭리(?)가 김선달식 선분양에 있다는 오해(?)도 후분양제 도입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분양제의 나쁜점을 설명하면서 후분양제를 하면 뭐가 좋은가라는 내용으로 다루지만 사실 두 영역이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논쟁이 두 가지를 혼용하면서 후분양 찬반의 주장이 엇가리고 있기도 하다.
예컨대, 선분양으로 인해 실물을 보지 못하고 거액의 아파트를 사게 되는 단점이 있는데 그럼 후분양을 하면 이런 단점은 극복되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도 않다. 궁극적으로 공정률 80%의 후분양이라고 해도, 건물의 외벽이나 단지 모양 정도만 볼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하자요인이 많은 디테일한 부분들의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 그저 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본다는 건데, 이를 위해 들어가는 건설업자나 수요자의 자금부담은 따져봐야만 할 것이다.
0. 후분양제의 안 좋은 점은 뭔가?(선분양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물건을 보고 사는 게 좋다. 후분양제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말하는 후분양제는 물건을 보고 사는 게 아니다. 용적률 40~80%에 분양할 수 있는 제도다. 입주시기가 빨라지는 장점이 있겠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목돈을 마련해야 부담도 당연하다.
후분양제의 약점은 바로 용어의 혼란이다. 사람들은 막연하게 물건을 다 만들고 팔아야지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야기하면서 너도 나도 끼어든다. 댓글을 달고, 술자리에서 집사기 어렵다며 안주거리 삼는다.
예컨대, 선분양제는 선진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후진적인 제도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어디에도 후분양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토지를 100% 임대해서 주택사업을 하는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도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하는 경우가 흔하다.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와 유럽의 주택시장을 직접 둘러보고 취재했던 적이 있는데 주택공급과 관련해서 우리나라만큼 규제가 촘촘하고 복잡한 경우도 흔치 않았다.
이런 김선달을 잡으려는 선무당 같은 입장은 정책의 든든한 지원군은 될 수 있어도, 후분양제의 장단점을 파악해, 내 집 마련 수요자(대부분이 서민)의 이익을 지키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선분양에서는 건설업자 또는 디벨로퍼가 일종의 수요자의 지분참여와 같은 형태로 자금을 마련해서 금융기관의 대출금의 규모가 후분양제보다 작은 게 보통이다. 후분양을 하게 되면 수요자들이 내는 돈을 금융기관 등에서 조달해야 한다. 그만큼의 금융이자가 분양원가에 더해져 분양가격 상승요인이 된다.
후분양으로 인해 아파트의 공급물량이 급감할 가능성도 있다. 주택사업의 관건인 자금마련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으로 수급불균형은 자칫 주택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점들이 후분양제의 단점이다.
0. 맺으며
후분양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찬성이다. 선분양 대신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목표가 건설업자를 규제하고, 투기세력 근절이라는 전술적인 부분에 집중되는 것은 우려한다. 선분양의 이해득실은 건설업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들에게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주택건설촉진을 목표로 하던 시대의 선분양 대신 이제는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해도 될 때인 듯 싶다. 하지만 아직도 연간 약 40만 세대의 아파트 수요가 있는 만큼, 후분양제로 인해 공급물량 급감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지원이 중요해 보인다.
또한 후분양제로 인한 분양가 상승요인이 수요자들에게 가중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끝.
[참고자료] 참여정부의 후분양제 정책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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