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과 한국 금리
0. 들어가며
3월 미국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0.25%P 인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위 미국 기준금리는 1.5~1.75%로 올랐습니다. 이는 한국은행 기준금리인 1.5%보다 최고 0.25% 높은 수준입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 셈인데,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의 금리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입니다.
문제는 미국 연준이 추가로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금리인상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여건상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유보하고 있는데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도 오래 버티기는 힘든 상황일 것으로 분석합니다.
이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변화를 살펴보고, 향후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0.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변화
2015년 3월 우리나라는 역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 1%시대를 맞이합니다. 한국은행은 2014년 8월 이후 유지되던 2.25%를 2015년 3월에 1.75%까지 낮추고, 2013년 6월에는 1.5%, 2016년 9월 1.25%를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이후 2017년 11월 1.5%로 0.25%P 올린 상태입니다.
미국 연준의 경우, 2006년 5.25%였던 기준금리를 2008년12월에 최고 0.25%까지 지속적으로 낮췄습니다. 이후 2015년12월 최고 0.5%로 올린 뒤 2016년 12월 최고 0.75%, 2017년3월 최고 1.0%, 2017년 6월 최고 1.25%, 2017년 11월 1.5%까지 올려 우리나라와 금리가 동일해졌습니다. 그러다 2018년 3월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올려 최고 1.75%까지 상승했습니다.
2018년 3월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태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과거 4차례 금리역전현상을 겪은 바 있습니다.
1차 금리역전은 1999년 5월 6일부터 6월29일까지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4.75%로 동일했던 기간이 약 2개월이었다가, 미국이 5.0%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가 역전됐습니다. 금리역전은 약 7.5개월간 지속되다가 한국이 금리를 5.0%로 인상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2차 금리역전은 2005년6월30일부터 8월8일까지로, 한미 기준금리가 3.25%가 동일했던 기간이 약 1.3개월이었지만 미국이 3.5%로 인상하면서 금리가 역전된 것입니다. 이후 약 2개월 동안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하게 됩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 국내 경제에서 두 가지 우려가 제기됩니다. 하나는 우리보다 미국의 금리가 더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쫓아 우리나라로 유입된 외국자본이 더 높은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또 하나는 금리차에 따른 자금유출 위험 때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지속하기는 어려워 국내 금리도 따라서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상승과 같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상당합니다.
0.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예고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일은 결국, 시중의 돈을 얼마나 풍부하게 유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돈을 빌리는 부담이 줄기 때문에 시중에 돈이 많아지게 됩니다. 시중에 돈이 많다보니 소비나 투자가 활발해지고 경기가 활기를 띠는 게 보통입니다. 때문에 기준금리는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인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고, 대출이 늘어나다보니 물가상승 우려와 대출에 따른 가계나 기업의 재무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경기가 좋아져, 경제가 건강해지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서 시중의 자금을 회수해 시장상태를 건강하게 조절하게 됩니다.
미국의 경우, 소비, 산업경기, 고용 등 실물경제 지표의 완만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안정되자 7년 넘게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를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미국은 0.25%였던 기준금리를 2015년 0.5%로 올린 이후 현재까지 5번이나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습니다.
지난 미국의 금리인상 패턴을 보면 장기간 큰 폭으로 조정되는 게 특징입니다. 내릴 때에도 몇 년간 지속적으로 계속 내리고, 올릴 때에도 장기간 꾸준히 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인하시기를 보면 2000년12월 6.5%였던 미국 기준금리는 2003년 6월 0.0%까지 31개월 동안 5.5%나 인해된 적이 있습니다. 인상하던 시기를 보면 2004년 5월 1.0%였던 미국 기준금리가 2006년6월 5.25%까지 26개월 동안 4.25%까지 크게 올린 적도 있습니다.
미국 연준이 언제까지 얼마나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지난 금리변화 추세와 연계해서 보면, 현재의 금리인상도 지속적이고 큰 폭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각종 보고서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국 금리는 궁극적으로 최대 4%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합니다. 2018년 말까지 2.17%(각 연구기관 평균치)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는 연구소들이 많다고 합니다.
0. 한국의 금리인상 여지는?
당장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즉각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국내 경기상황이 기준금리를 올릴만큼 탄탄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인 내수 회복이 더딘 상태이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금리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금리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대출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증가하여 소비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금리차이를 벌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도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진단합니다. 2018년말, 한국 기준금리를 전망한 자료를 보면 모건스탠리는 1.75%, 골드만삭스 2.0%, NH금융연구소 2.25% 등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기관들이 많았습니다.
0. 미국 기준금리 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
지난해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미국 기준금리변화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1.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주택담보대출금리는 4.09%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런 금리인상은 약 2% 전후의 가격하락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KIRI보고서는 이런 언급도 있습니다. 주택가격은 관성이 있어 금리인상이 있더라고 약 1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지속하고 이후 완만하게 변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주거용 부동산 매매시 발생하는 높은 거래비용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금리인상만으로는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고,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 가지. 건설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도 인용합니다. 2000년 이후 들어서 미국의 3개월 이하 국고채금리(미국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가 상승하면 국내 CD금리도 오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CD금리 1%P 상승하면 전국적으로 1년 뒤 아파트 매매가격은 2.39%하락하고, 2년 뒤에는 2.63%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인상을 초래해 주택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금리상승만으로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연구보고서를 지적합니다.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경제적으로 한계상황에 이르게 되는 저소득층입니다. 한국은행의 2016년 말 국회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p 오르면 가계의 추가부담 이자는 9조원에 달합니다. 은행 등 금융권 부채에 대한 한계가구는 부채 보유 가구의 20%인 200만 가구에 이릅니다.
종합하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주택담보대출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대출금리 인상으로 단기간에 주택가격이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분명한 가격하락요인이고 특히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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