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 및 사고 등을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를 패러다임이라고 합니다.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인식의 체계 및 이론적인 틀 등을 의미하고 있지만 해당 가치는 영원하지 않으며, 발전과 함께 변하게 되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요. 주로, 기존 패러다임이 쇠퇴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그 위에 생성되는 복합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것을 통한 혁명적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초창기 패러다임의 개념은 주로 자연과학 분야에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사회현상에서 공통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택시장 역시 패러다임이 존재합니다. 해당 패러다임 역시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 및 현상 등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공식처럼 언급했던 부분들이 있는데요. 하지만, 상술한 것처럼 패러다임이라는 게 변화가 발생하는 것인 만큼 기존 대표적인 주택시장 패러다임에서도 변화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는데요.
완전히 부정하는 것 아니지만, 그래도 동일한 현상에 대한 변화 인지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초가 될 수도 있을 수도 있고 혹은 변수로 발생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죠. 이번 시간에는 지난 2016년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와 정책방향 자료를 바탕으로, 주택시장에서 주로 통용되었던 패러다임 주요 7가지 항목들을 살펴보고, 실제 현상들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해당 자료는 2016년 7월 5일 자 '주택시장 패러다임 변화와 정책방향'를 참조하였습니다.)
주택시장 공식 첫 번째, 인구가 감소하면 주택가격이 떨어진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듯한 전제입니다. 사람이 사는 집과 인구수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집에 거주하는 사람의 수치가 줄어들면 주택에 대한 수요가 줄어, 가격의 하락세가 보인다는 패러다임인데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 은퇴 및 저출산 여파로 인해 2017년부터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는 이야기는 저출산 기조와 함께 노령화 사회가 된다는 뜻인데요. 이에 따라 소비 또한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기업투자 감소로 이어져 개인소득 감소 및 주택수요 감소와 주택가 하락 등 결국에는 경기둔화로 인해 악서클이 반복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생산인구가 감소된다는 것은 경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위의 예시와 같은 주택시장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침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요. 하지만, 부동산의 특성을 잘 생각해보면 해당 공식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닙니다.
부동산은 필수재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필수재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꼭 필수적인 재화들을 말하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의식주에 해당하는 재화들입니다. 주택은 사람이 주거를 담당하는 필수 의식주에 해당하는 만큼, 경기가 안좋다고 해서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고정성의 개념을 갖추고 있는데요. 반례로 자동차는 여유가 있을 때 구매할 수도 있는 사치재의 성격을 갖추고 있어 경제력이 떨어지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포기할 수 있으나 주택은 그렇지 못합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지역별 인구와 주택가격의 상관분석 결과 서울과 대구는 인구가 2011년부터 감소추세를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상관없이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해당 지역의 주택에 대한 많은 수요와 더불어, 제한적인 공급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인구 자체는 줄어들었으나, 서울 도심 경제활동인구 즉 서울의 도심지로 출퇴근하는 도심인구는 늘어나고, 집중화를 보이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서울에 대부분 회사가 밀집돼 있고, 교통 인프라가 편리해 출퇴근이 용이한 탓에 전체적인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주택가격 및 임대료는 하락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또한 경기둔화로 인한 소득감소 때문에 지역의 저가주택이나 임대시장은 더욱 활성화됩니다. 아무래도 필수재인 주택을 포기할 수는 없고, 경제력에 영향이 덜한 저가주택이나 임대수요가 늘어나게 되는데요. 이처럼 서울을 비롯한 도심인구가 집중화되고 늘어나는 지역의 경우에는 인구감소와 관계없이 높은 대기수요로 인해 주택가격은 오히려 오를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공식 두 번째, 전세의 월세화 진행으로 월세시대가 도래된다.
전세의 불안감 및 전세물량 부족으로 인해 더 이상 주택은 소유가 아닌 거주의 개념이 강화되면서 전세의 월세화 진행, 즉 월세시대가 도래한다는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실제로 2014년 월세 가구 비중은 4년 전에 비해 2.5% 늘어난 반면, 동기간 전세가구는 2.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전세거주의 불안감 및 물량 부족으로 인한 월세화가 지속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인해 집주인들의 월세 선호가 증가했는데요. 여기에 소득 대비 높은 주택가격 및 주택 보유에 따른 세금 및 감가상각비 등도 임차수요를 확대하는데 원인으로 작용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전세시대는 월세화로 인해 끝이 나는 걸까요?
하지만 최근 월세시대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신규 입주 아파트가 증가하고, 갭투자가 증가하면서 전세물량에 여유가 생긴 것이 원인인데요. 비교적 전세주택을 찾기 쉬워지자, 월세 기대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월세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몇년간 수도권 인근 신도시 입주물량이 늘어나면서 서울 전세 수요는 감소한 반면에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가 늘면서 전세 공급이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의 매력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겠지만, 월세를 되도록 피하려는 경향과 더불어 월세를 대신할 다른 투자 상품의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재테크로서 가치가 이전보다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월세시대가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닌, 잠깐 전세의 호황기의 확률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전세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기 때문에 향후 1~2년간 월세보다 전세가 많은 반짝 전세 부활 시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지역에 따라 여전히 전세가가 상승하는 곳이 있으며, 하락하는 지역 발생하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택시장 공식 세 번째,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도 오른다.
전세가격이 꾸준하게 상승하게 되면, 매매가격에 영향을 미쳐 매매가격 역시 상승하고, 이 구조가 순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주택시장 공식이었는데요. 하지만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소유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집값이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이었는데요.
이 때부터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동조화 현상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전세가격 변동과 매매가격 변동의 상관관계가 축소되었습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에서 더욱 심화된 현상을 보였는데요. 수도권의 경우 매매가 하락 및 미미한 상승시에도 전세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후 전세가와 매매가의 순환형 구조가 아닌 전세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과 월세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항상 해당 공식대로만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주택시장 공식 네 번째, 아파트 선호가 강하며 제일 많이 오른다.
주택시장의 대표적인 패러다임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사람들이 주거의 종류 중 아파트를 가장 선호한다는 공식입니다. 실제로 국내 아파트는 대형 건설사들의 기술 발전 주도하에 다양한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구성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실제로 올해 분양시장 호황기로 꼽히는 2015년의 96% 비중을 차지하는 41만 7천가구가 분양 예정돼 있는 등 전국적으로 새 아파트에 대한 높은 인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급량이 많다는 것은 수요가 풍부하다는 뜻인데요. 새 아파트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파트가 가장 사람들에게 선호받는 주택이며, 가격 역시 가장 많이 오를까요? 꼭 그렇지 만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주택별 매매가격 상승압력을 비교해본 결과 지방의 경우에는 모든 아파트 평면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전세가격 상승압력으로 수도권 소형 아파트와 대형 중심의 가격 상승 압력이 존재했는데요. 이렇듯 가격 상승압력은 지역이나 아파트 규모, 주택유형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선호도에 있어서도 아파트와 함께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양상도 보였습니다. 한 주택잡지가 2015년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5년뒤 2020년, 이런 집에 살고싶다'라는 설문조사 결과 단독주택에 살고 싶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45%였습니다. 이는 아파트에 살고싶다고 대답한 46.1%에 거의 비슷한 수치였습니다. 아파트 만큼이나 단독주택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주택시장 공식 다섯번째, 거래량이 늘면 주택가격이 오른다.
일반적으로 주택거래량과 주택가격의 상관관계가 주택시장의 일반적인 공식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통상적인 현상으로는 주택거래량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시세상승이 동반되는 것인데요. 실제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의 주택 거래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상승률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실제로 주택매매거래량이 2006년에는 108.2만건, 14년에는 100.5만건, 15년에는 119.3만건을 기록했지만, 주택가격상승률은 2006년 11.6%, 14년 1.7%, 15년 3.5% 등 오히려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거래량과 시세가 다르게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인데요. 이에 대한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경기침체 및 부동산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어, 급매물 위주 매수 외에는 추격투자를 자제하는 등 투자심리가 움츠러든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지난달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1%가량 오르면서 2004년 이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재건축과 뉴타운 등 개발 사업지 주택과 새 아파트 등으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을 관망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개발호재로 인한 전반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주택거래량과 가격이 항상 동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꼭 유의하셔야 겠습니다.
주택시장 공식 여섯번째, 1~2인 가구 등 소가구 증가로 주택면적을 줄인다.
1~2인 가구 증가 및 저금리 기조로 인해 향후에는 규모가 작은 소형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핵가족 증가로 인해 중소형 평면의 아파트가 실수요자들에게 있어 가장 높은 선호를 받고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주거소비면적은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는 발코니 부분확장 비율을 그래프화한 자료인데요. 부분확장의 경우, 전용 85~102형 규모의 확장비율이 낮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발코니 활용면적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반대로 가장 선호도 높은 대표적인 중소형 아파트의 평형대인 전용 60~85형의 경우 발코니 확장비율이 높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발코니 확장으로 증가한 주거소비면적을 살펴본 결과 작은 규모의 주택일수록 발코니 확장을 통해서 실 주거소비면적을 넓혀서 생활하고 있었는데요. 주로 넓어진 공간은 거주 시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거실(51%)과 방(37%)였습니다. 따라서, 가족구성원 감소 및 1~2인가구 등의 수요자들은 면적을 줄이기 보다 발코니 확장 효과등이 적용된 새 아파트나 추가 발코니 부분확장 등을 통해 주거소비면적을 줄이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으로 통하는 공식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또한 그 공식들이 반드시 통하지 않는다는 점도 같이 알아보았는데요. 주택시장의 기본적인 패러다임을 알고 있으면서 기존의 공식들에 대한 변화 인지 과정 역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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