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만화경]세상에 나쁜 집은 없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텔레비젼을 시청하다가 흥미로운 제목의 프로그램을 접합니다. 평생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지 않고, 그럴 생각도 갖지 않았기에 개에 대해 무관심했었는데요. 프로그램명이 뭔가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지켜보게 됩니다. 사실 무슨 내용일까 궁금해서 보다가 끝까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보면 짓고, 동료 강아지와 사투를 벌이는 말썽꾸러기 강아지들이 주인공입니다. 귀엽고 예쁜 강아지들이 주인의 뜻과 달리 행동하며 사람의 마음을 속상하게 합니다. 애정을 쏟는 만큼 보답하지 못하는 강아지를 지켜보는 사람에게 이런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역시 인의예지를 알지 못하는 금수일 뿐이구나'
예컨데, 이런 겁니다. 함께 사는 강아지를 죽일 듯이 물어 뜯고, 으르렁 거립니다. 평화롭고 다정스러운 반려견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집니다. 주인의 손등에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저런 강아지를 왜 키우지? 나 같으면 함께 하지 못할 것 같다. 주인이 바보 같구나' 불편한 심기로 텔레비전을 지켜봅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강아지에 대한 전문가가 등장합니다. 일명 나쁜 개로 평가받을 만한 사례의 강아지. 그 풀리지 않을 것 같은 복잡한 실타래를 전문가가 잠깐의 관찰과 소통만으로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그리곤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고 극명한 해법을 제시합니다.
다른 개만 보면 쥐잡듯 달려들던 사례의 강아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울부짖음과 으르렁거림으로 표출했던 그 강아지. 그 강아지는 사실 다른 개를 그리고 낯선 이를 겁주고 괴롭히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투견으로 오랜 생활을 했던 사례의 강아지는 세상을 다르게 배우고 익혔습니다. 다른 강아지를 보면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다칠 거라는 불안감이 몸에 베여 있던 것입니다.
개의 주인은 그저 고되고 참혹했던 과거를 가진 개를 사랑으로 다독여주고 애정을 쏟고 있었지만, 단순히 애정만으로는 강아지 마음(?)에 깊에 새겨진 상처를 치유하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강아지 전문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간단하지만 지루하고 반복된 해법을 실제 보여줍니다.
멀찍이 다른 강아지를 걸립니다. 경계를 하던 사례의 강아지는 역시나 으러렁 거립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는 강아지를 다른 강아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상처받은 강아지를 함께 걸립니다. 다른 강아지는 너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함께 놀고 어울릴 수 있는 친구다. 마음을 열지 못하고 믿음이 없던 사례의 강아지.
몇 번의 반복된 시도. 점점 좁혀지는 강아지와 강아지의 거리. 주인은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눈시울을 붉힙니다. 전문가는 당부합니다. "애정을 가지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런 훈련을 해주세요. 지금 사례의 강아지는 마음의 상처가 깊고, 너무 거친 투견생활을 오래해 쉽게 고치긴 어렵지만 그래도 꼭 해야합니다."
마치 말썽 많은 아이들의 본심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어른들이 아이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감동을 주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애쓰고 떼 쓰는 아이. 순진무구할 것이라고 믿었던 아이들의 난폭한 행동들. 육아 전문가가 등장해 역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 봅니다.
말썽꾸러기 아이들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행동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부모들에게 알려줍니다. 역시나 부모들은 그저 사랑이라는 믿음으로 잘못 처신했던 자신들을 탓합니다. 그 난폭한 아이들은 역시 마음이 순진무구했던 겁니다. 그 순진무구함이 말썽과 난폭이라는 잘못된 표현법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사실 왜 나쁜 개가 없겠습니까? 세상은 넓고 개들도 많을 텐데요. 또 아이들이 꼭 달라지기만 하겠습니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낟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많은 경우, 강아지의 잘못과 아이들의 문제가 근본적이고 불치의 그것이지는 않았습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몰입하다가 세상에 나쁜 집과 부동산도 없겠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흔히 말하는 맹지가 있습니다. 절대로 사지 말라고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조언하는 그런 땅입니다. 진입로가 없다던가, 개발이 불가능한 땅을 흔히 맹지라고 부르며 꺼립니다. 맹지는 정말 세상에 나쁜 부동산일까요?
어려서부터 함께 해온 친구가 있습니다. 지금은 작고하신 친구의 부친께서 충북 영동에 땅을 사둔 게 있습니다. 물론 맹지입니다. 개발은 커녕, 진입로도 없습니다. 그래도 부동산업계에 있다는 이유로 함께 가 둘러봅니다. 명색이 택지(집을 지을 수 있는 용도의 토지로 농지, 임야 등보다 가치가 높은 땅)인데, 지적도에 있는 땅은 오래도록 방치돼 야생 대나무숲이 울창합니다. 택지가 아니라 임야처럼 변해 있습니다.
누군가에는 세상에 나쁜 땅으로 불리며 말썽꾸리기였겠습니다. 주인의 속 앓이도 여간 심하지 않았겠습니다. 그런 땅을 아끼고 돈을 들여 친구의 부친은 구입했습니다. 그 땅이 하는 이야기를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그 땅과 소통하였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선택했던 것입니다. 이유는 극명하고 간단했습니다. 개발되지 않는 땅, 치열하게 살아온 도시 생활의 피곤함을 달랠 수 있는 땅. 그런 땅이 바로 그 곳입니다.
시간이 지납니다. 그런데 친구로부터 그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왜? 개발도 안 되고 진입로도 없는데. 그 땅 앞 집에 사는 어르신인데 본인이 죽기 전에 그 맹지를 구입해서 대대손손 내려줄 고향집을 완성하고 싶다는 겁니다. 물론 가격적인 부분이 맞지 않아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지켜보는 자칭 부동산업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나쁜 땅이라고 치부했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있습니다. 경기도의 신도시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10여 년 전 부동산시장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중대형 위주의 웅장한 브랜드 아파트. 잘 짓고 살기에도 좋은 아파트입니다. 그런데 몇 년 전까지 이 아파트는 참 나쁜 아파트로 불리워졌습니다. 자고 나면 아파트 값이 오르던 시기, 고급마감재와 중대형 평형을 내세워 고가정책이 비난 받으면서도 수요자들에게 어필하던 시기였습니다. 시장은 오르 내림을 반복하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안다고 하지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가의 아파트를 무리한 대출로 산 사람들이 많았고, 집값이 분양가 대비 30%까지 빠지자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대출이자로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내야해, 생활이 피폐해지고 감당치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이런 단지들이 많아지며 하우스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은 수근수근. 저 아파트는 나쁜 아파트. 그럴까요? 세상에 나쁜 집이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그리 얘기합니다. 나쁜 집이라고. 근데 그 아파트에서 행복하게, 만족스러워 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살기에 좋고, 집이 아주 훌륭하다고. 실제 살아보면 참 좋다고.
원래 그 아파트는 주변보다 비싸지만 잘 짓고 살기 좋은 아파트가 필요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했을 겁니다. 비싸지만 훌륭하니 더 오를 것이라 돈 좀 벌어볼까 하는 사람, 돈은 없지만 빚으로라도 좋은 집에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 그러면서도 오늘 올랐으니 내일도 오르겠지라는 희망에 기댄 사람들. 그들에겐 참 나쁜 아파트가 분명하겠습니다. 집과 사람의 소통이 일치하지 않는 결과겠습니다. 개와 아이와 소통되지 않아 나쁜 개와 무례한 아이라고 치부하는 게 어리석음을 텔리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했기에 소통의 문제이지, 나쁜 집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나쁜 집은 없다고 세상의 모든 집과 부동산을 합리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세상을 보이는 그대로 단편적으로 쉽게 판단하지 말아야, 진정한 사랑과 가치를 누릴 수 있듯이. 부동산 역시 쉽게 판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람의 잘못으로 나쁜 부동산이라는 누명을 씌우진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이 집의 가치를 재테크로 국한시켜 하나의 재화로만 생각하더라도, 집과 부동산과 소통을 제대로 해야지만 유리할 것입니다. 제대로된 소통을 통해 그 집의 진정한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누군가에게 그 만큼의 부가가치를 더해서 매도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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