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 효과(Zeigarnik effect)와 투자의 아쉬움
드라마를 보면 항상 아쉬운 것이 있다. 한창 재미있어 지는 시점이나 주인공들이 출생의 비밀을 확인하려는 시점에서 드라마가 끝나면서 ‘다음 이 시간에 계속됩니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주까지 계속 궁금해 하면서 드라마가 어떻게 진행될지 계속 궁금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다음주에 해당 드라마를 볼 때엔 지난주의 상황이 선명히 기억나면서 드라마 시작과 동시에 저번주의 궁금함이 다시 살아난다. 어제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1주일 전에 했던 드라마의 내용은 선명히 기억하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 드라마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드라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사람의 심리는 전 세계적으로 다 동일한가보다.
이렇게 아쉬워하면 계속 기억나고 오히려 기억이 더 선명해 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미완성 효과라고 하는데 일명 자이갈릭 효과라고도 한다. 연구자의 이름이 블루마 자이갈릭(Bluma Zeigarnik)이었기 때문인데, 연구의 내용은 간단하다. 중요한 내용이 진행 중일 때 갑자기 내용이 끊기면 이전의 내용이 더욱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습에 이용하면, 시험공부할 때에 공부를 100% 다 하는 것이 아니라 90%정도만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응용할 수 있다. 공부를 다 마치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오히려 공부했던 내용을 계속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녀가 수험생이라면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도록 조언해 보기 바란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상태는 부동산 투자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부동산 투자를 해서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해당사항이 없고 부동산 투자를 하려다가 못한 경우 또는 부동산 투자를 하려다 가격이 좀 비싼 것 같아서 망설이다가 다른 사람이 내가 점찍어 둔 부동산을 사는 경우 이상하게도 그때의 가격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상담 고객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러하다. 막 IMF가 시작됐던 시점에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가 급급매로 6억원에 나온 적이 있는데 , 그때 그 아파트를 사려고 온 가족이 방문했을 때 때마침 주차장이 꽉 차서 주차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자들의 경우, 집을 고를 때 최우선순위가 바로 ‘주차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남편은 ‘이렇게 주차도 불편한데 압구정동 현대아파트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화를 내면서 절대 사지 말라고 했고 결국엔 남편의 반대로 현대아파트는 사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결과는 2010년 현재 시세 기준으로 12억에서 13억까지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상담 고객은 그날의 날씨,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브리핑했던 가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저거 내가 샀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아파서 일부러 그 앞은 지나지 않는다 한다.
부동산 투자를 했어야 하는데, 망설이다가 못한 경우 이런 식으로 아쉬움이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그때 사둘걸, 저 아파트 얼마 밖에 안했었는데…’ 라고 말이다.
가장 피해야 하는 말이 바로 ‘그때 사둘걸’ 이다. 왜냐하면 그 때 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간 기차에 손 흔들어도 다시 되돌아 와주지 않는 것처럼 부동산 투자도 각 지역·상황별로 투자의 시점이 있다. 그리고 그 시점을 놓치면 기회는 다시 오기 어렵다.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IMF가 다시 오면 좋겠다’고 한다. 그때 부동산을 잘 사두었다가 나중에 값이 많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보겠다는 계획으로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IMF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동산 투자를 할 수 있는 투자 기회는 간간히 있어왔다.
2004년 정부의 부동산 세금폭탄 시기에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심한 가격 하락을 겪었고, 2007년 서브 프라임 문제로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라는 금융회사의 파산과 함께 경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2008년말까지 부동산 시장은 전체적으로 불황기였으며 , 2009년 말에는 정부의 DTI 규제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보였던 것이다.
단순 계산해보면 1998년 이후 2004년 정부의 규제 강화·2008년 금융위기·2009년 DTI 규제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투자 적기가 있었던 것이다. 이때마다 사람들은 ‘더 떨어질 것이다. 그때 사야지’라고 생각했고 이상하게도 부동산 가격은 그러한 사람들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바닥이 확인됐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나간 것이다.가격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동산 투자에서 기억할 것은 ‘저게 저때 얼마였다’란 과거의 기억보다는 ‘저 물건은 얼마까지 갈 것이다’란 예측과 자신감이다.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라는 행동경제학적인 분석에서 ‘증시의 등락을 결정짓는 주요소중의 하나’라고 하는 ‘자신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지나간 기억은 잊어버리자.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가 과거에 6억에서 지금 12억이라고 하면 지금 12억원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갈 것인가를 생각하도록 하자. 반대의 상황도 있다.아파트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 과거의 영광스러운 가격을 기억하는 경우 말이다. 2006년 한창 가격 좋을 때 6억까지 갔었던 용인 아파트가 지금 5억에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도록 하자.
대부분의 아파트 가격은 저평가될 일이 없다. 철저하게 사겠다는 사람과 팔겠다는 사람이 시세를 형성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가격이 정확하게 나오고 있고 어느 사이트에서는 직접 확인한 매물만 올라오지 않는가. 저평가됐다는 것은 재개발이나 뉴타운에 해당되는 것이고 아파트가 저평가돼 가격이 저렴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거래되는 가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외곽의 아파트들이 가격 하락을 겪으면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면서 과거에 얼마까지 갔었으니 가격을 회복할 것이라 생각하는데 과거의 낮았던 가격을 기억하는 것과 함께 부동산 투자에 있어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 심리상태라 하겠다.
/글=디엠지미디어 부설 주택문화연구소 우용표 소장
트리니티 코리아 부동산중개법인 대표
베스트셀러 월급쟁이재테크 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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