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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부동산리뷰

[만화경]주차장과 주택시장Part2

[부동산 만화경]주차장과 주택시장 Part2



“주차할 걱정을 덜 수 있는 아파트가 좋아요.”

“요즘 차들이 많아져 아파트도 주차문제 앓지 않는 단지가 흔치 않아요.”

“주차전쟁이에요. 재건축해서 좀 편하게 살게 해 주세요.”


정부는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해, 이달 5일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에 필요한 안전진단 기준 중 구조안전성 비중 20%에서 50%로 대폭 높이고, 주거환경 평가 비중을 15%(기존 40%)로 낮춘 것입니다. 


정부의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의 의미는 ‘살기 불편해서, 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튼튼한 건물을 허물고 재건축하는 것을 막겠다’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재건축 대상 단지의 축소를 의미하고, 서울지역의 신규 아파트 공급이 어려워진다는 뜻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몸값을 높였던 강남권 노후단지들의 투자가치를 낮추겠다는 정책적 의지도 엿보입니다. 이를 통해 단기적으로 주택가격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생활이 불편해서 재건축하는 것을 막겠다는 정부지만, 주차장 문제에 대한 가중치는 높였습니다. 아파트의 주차공간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한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는 재건축 가능성을 다소 높여주기로 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구당 주차대수’ 가중치를 20%에서 25%로, ‘소방활동의 용이성’은 17.5%에서 25%로 높였습니다. 주거선호도가 높은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나 상계동 주공아파트를 보면 가구당 1대의 주차공간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도로변에 주차를 하고, 이중주차를 하는 등 주차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주차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건축을 통해 지하주차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목동의 한 아파트 단지는 가구당 주차대수가 0.5대에 불과합니다. 이는 기존 기준으로는 주차대수 항목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새 기준에 따르면 최하인 E등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생활의 불편해소 보다는 건물의 안전성에 우선을 두겠다는 정부지만, 주차문제 만큼은 현실적으로 더욱 확대해서 인정하는 모습입니다. 


“주차문제가 오죽하면 재건축에 민감한 정부에서도 인정을 두겠어?”

“그건, 1980년대 입주한 목동이나 상계동을 배려한 조치야.”


부동산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주차장이 주택시장에 점점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주차장과 관련된 주택시장의 다양한 모습들을 더 조명해 보겠습니다. 


주차장은 법률로 정해서 의무적으로 확보토록 하고 있습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27조(주차장)에 따르면 주택단지에는 주택의 전용면적의 합계를 기준으로 면적당 대수의 비율로 산정한 주차대수 이상의 주차장을 설치한다고 돼 있습니다. 


전용면적의 합산으로 지역별로 주택의 유형에 따라 기준 주차대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구체적인 법정 주차대수는 따로 계산해야 하고, 복잡하니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흔히 아파트의 경우, 세대 당으로는 최소 1대 이상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요즘 새로 짓는 단지의 경우, 중소형이 많아지고 있어서 보통 세대당 1.2~1.4대 정도 확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대형으로 구성된 단지는 세대당 2대 정도까지 되기도 합니다. 세대당 2대의 차량 운행도 많아지고 있어, 아파트 주차대수가 1.5대는 되어야 주차걱정을 덜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을 넉넉하게 확보하는 게 생각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도심지역에서 공급이 활발한 원룸형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경우, 법정 주차공간 확보자체가 만만치 않습니다. 주차공간을 확보를 완화해서라도 원룸형 주택 공급을 늘리자는 정책도 나왔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기적으로 원룸의 주요 수요층인 1인가구의 증가와 청년세대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룸형 주택의 공급확대 정책이 나오면서 건드린 것도 바로 주차장입니다. 일명 도시형 생활주택인데요.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 주차장 설치기준을 세대당 0.6대,  30㎡미만은 세대당 0.5대 이상으로 완화했습니다. 


이런 정책의 영향으로 도심지역 원룸의 상당수가 1층을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필로티로 설계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많았습니다. 필로티란 1층 공간을 비운 형태의 건축방법입니다. 1층을 필로티로 지을 경우, 주차장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로티 공간은 층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사업성 면에서도 매력적인 방법이라는 평가입니다. 


다만 원룸형 주택의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필로티는 이후 화재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 충북 제천 화제에서 필로티 구조가 화마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포항 지진에서는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슈들 역시, 주차장 확보 문제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들이라고 하겠습니다. 주차장은 새 아파트의 인기에도 한 몫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교적 주차걱정이 없다는 아파트 중에서도 2010년 이후 지어진 새 아파트의 경우 주차공간이 넉넉하고, 주차장 환경도 낫기 때문입니다. 


“다 좋은데, 지하주차장과 단지가 연결돼 있지 않은 게 마음에 걸려요. 마트에서 장보고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야 하는데. 그게 안 되네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바로 차를 타고 회사건물에 주차하니까 겨울에도 외투가 필요 없겠네요. 부러워요.”


사소해 보이지만, 지하주차장이 단지와 연결돼 있느냐에 민감한 수요자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신도시들이 대거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들 신도시는 계획적으로 잘 만들어져 살기에 좋지만 대중교통이 서울 도심만큼 발달돼 있지 않습니다. 대체로 차량을 이동수단으로 활용하기에 수요자들은 주차장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런 주차장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고,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주차장에 대한 첨단설계기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주차장 설치기준에 따라 주차폭을 넓히고, 지하주차장에 자연채광이 가능하게 설계하기도 합니다. 


또 지하주차장에 비상콜버튼을 설치하고, 차량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켜지는 LED조명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주차장까지 선보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상업지구에 들어서는 주차장용지 얘기도 해 보겠습니다. 할인마트 중에는 주차장 용지를 활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상업지구를 방문하는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용지가 있는데요. 이런 주차장 용지에 짓는 건물의 30%는 상업시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주차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대형 할인마트의 니즈와 딱 맞아 떨어진다고 하겠습니다. 


2018년 3월 5일 정부가 강화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전격적으로 적용했지만, 주차문제 비중은 늘렸다는 소식을 듣고, 부동산시장에서 주차장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들을 추려 보았습니다. 


생활수준의 발전과 차량 이용이 증가하는 사회적인 현상에 따라 주차장 문제는 주택시장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한 번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