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대책으로 살펴 본 주택시장
한 때 주택업계에서는 부동산시장은 천수답이라는 말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하늘에서 비가 어떻게 오느냐에 따라 그 해 농사의 결과가 결정되는,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상황에 의해서 결실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왜 부동산시장을 천수답이라 했을까요? 바로 정부의 정책에 의해 주택시장이 좌지우지되는 상황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그만큼 부동산시장에서 정책이 미치는 영향이 강력합니다. 규제를 강화하느냐, 규제를 완하느냐에 따라서 주택시장이 살아나기도 하고 시들시들하기도 합니다. 2000년 이후 부동산 정책을 보면, 규제와 완화정책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새로운 정부에서 연일 초강력 부동산 규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에서는 정책변수에 대한 고민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경기는 순환된다고 했습니다. 시기별로 시장상황과 이에 따른 부동산정책을 살펴보면 당장의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그 영향에 따라 새롭게 적용될 정책을 유추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상머리에 앉아 십 여년 간의 정책발표자료를 읽고, 요약 정리하는 이번 수고로움이 부동산 업계 종사자들과 내 집 마련 수요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시장상황
2002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을 끝까지 이어갑니다. 아울러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 지방 혁신도시 개발, 세종시 개발, KTX역세권 개발 등 전국 곳곳에 대규모 공급확대 정책을 펼쳤습니다.
2003년 5.23대책을 발표할 시기 수도권은 강남 재건축발 주택가격 상승과 충청지역의 가격상승이 두드러지던 때로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었습니다. 다만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정부에서는 동탄신도시, 판교신도시, 김포신도시, 파주신도시 등 2기 신도시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주택시장을 잡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강화하고, 투기과열지구 및 투기지역 지정을 확대했습니다. 아울러 보유세 강화로 시도됐습니다.
이어 9.5대책을 통해서 주택가격 상승의 발원지로 꼽혔던 강남재건축 가격을 잡기 위해 재건축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재건축 소형주택 의무비율 확대를 비롯해서 소형주택공급 확대 정책도 선보입니다. 재밌는 것은 당시에는 주택시장에서 중대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했고, 중소형 보다 중대형의 공급이 활발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당시 투기수요에게 인기 있던 중대형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을 고려하게 된 것입니다. 제 견해가 아니라 당시 정부 발표문에 기록된 것입니다.
10월에 10.29대책을 통해서 보다 강력하고 집대성된 부동산 규제정책이 등장합니다. 5.23대책에도 불구 강남발 집값상승이 분당 등 수도권으로 확산되고 있었습니다. LTV를 투기지역에서 40%로 내렸고, 개인신용평가도 강화하는 등 부동산 대출규제를 강화, 주택시장의 돈줄을 꽁꽁 묶는 정책을 펼칩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조기 도입의지도 밝힙니다. 그러면서 서울 강북뉴타운 추가건설, KTX역세권 개발 등 공급확대 정책도 함께 내 놓습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전매제한 강화, 대출규제 등 내 놓을 만한 규제는 망나된 정책으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사실 규제는 무척 강력했지만, 시장에서는 공급확대를 위한 엄청난 토지보상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되고 이에 따른 대세상승을 막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다만, 당시에 공급했던 수도권 2기 신도시나 혁신도시 등은 약 10년 뒤에 주택시장 안정(또는 공급대란에 따른 부작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수도권 주택시장이 5년 가까이 극심한 침체기를 겪는 역할을 했습니다.
2005년 8.31대책을 발표할 때에도 주택시장 가격 상승세는 유지됩니다. 아파트 가격상승세는 강남 일원 수도권에서 확대돼 수도권 남부지역까지 확산됐습니다. 또한 대형아파트 가격이 중소형 아파트보다 크게 상승했는데요. 이 때 평택고덕신도시, 양주옥정신도시, 고양삼송지구, 남양주 별내지구, 인천 청라지구 등에 중대형 공급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 유명한 등기부에 실거래가 등록제도가 8.31대책에 담겨져 있었고, 원가연동제와 같은 분양가 직접규제 정책까지 담길 정도로 강력했습니다.
2006년부터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흔히 전고점이라고 불리는 호황기였는데요. 2005년 8.31대책 이후 일시 주춤했던 서울 집값이 급등했고, 중대형이 이를 주도했습니다. 소형주택은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신도시와 택지지구에 공급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키고, 다시 주변의 기존 단지 가격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3.30대책을 통해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적용하고, 택지공급가격을 인하하면서 분양가격 안정화에 주력하했습니다. 또 파급효과가 큰 강남재건축 규제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순에관한법률 제정과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을 추진했습니다. 강남집값을 잡기에 위해 세곡, 우면지구에 새 아파트 공급을 결정하는 등 강남권 10만 가구 공급 대책도 밝힙니다. 이들 단지는 결국 로또급 현장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2006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주택시장에는 작지만 큰 의미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아파트 가격 상승세 속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전세시장 마저 전세난이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전세난의 영향으로 소형 아파트의 매수세가 촉발되는 상황을 보입니다. 중대형의 공급이 확대되던 때라 새 아파트 중소형 공급이 부족했던 당시의 여파가 2017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겠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급문제 외에 인구구조 등의 문제에 따라 중소형의 강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게 요즘의 분석입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라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더 크고 고급스러운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던 때라 똘똘한 중대형의 공급이 많았고 주택시장을 주도했던 당시라고 하겠습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를 완화해서 주택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공통점이 있지만, 접근하는 방향은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 당시의 시대적 상황, 경제적인 여건들에 따라 논리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인데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대해서는 추후에 시간을 내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2017년 현재에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는 게 당장 1~2년을 내다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흐름을 점쳐보고 예상되는 정책을 찾고자 하신다면 위에 정리한 대책들을 통해서 연구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 발표한 정책들을 보면, 노무현 정부의 정책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때문에 향후 나올 정책들의 큰 틀을 옛 자료를 통해서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와 닮은 듯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정책에 있어서 한 번의 경험(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이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컨데,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억제(물론 표면상으론 투기수요)와 함께 공급확대가 동반되어야 하는데요. 이전 정부에서 공급확대 정책의 영향으로 주택가격 억제에 실패했다는 교훈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간분야의 공급확대 대책은 4차례 대책에서 쉽게 찾을 수 없습니다.
또한 보유세 강화와 같은 부분도 아직 손대지 않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보유세를 강화하면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복잡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재산은 있지만 정기적인 소득이 많지 않은 노년층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는데요. 점점 노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대목입니다. 또 보유세를 강화한 결과 그 세부담은 세입자에게 돌아갈 가능성도 있는 등의 숙제도 풀어야합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규제는 신DTI 도입하는 대출 강화, 투기과열지구 지정부활 등 전매제한 강화, 투기지역 부활에 따른 양도세 강화 정도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확대(분양가격 규제)까지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노무현 정부의 대책들과 비교해 보면 아직 꺼내들 카드가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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