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02월 청약동향 보고
지난 달은 청약시장만 놓고보면 차분하고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1월 설연휴가 있어서 2월은 본격적인 분양이 예고됐었는데요. 주요 단지들의 오픈이 3월로 미뤄졌기 때문입니다. 청약동향을 조사하기 위해 살핀 숫자들이 뚝 떨어진 체감기온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숫자 얘기가 나온 김에 잠깐 김훈 작가의 공터에서라는 소설에 나오는 숫자와 관련된 서술이 인상적이라 이곳에 옮겨 봅니다. <기호가 실물을 표현하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을 마차세(주인공 이름)는 긍정하기 어려웠다. 기호와 실물 사이에 허방이 있어서 거기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기호가 실물인 것을 잊어버리고 거기에 부딪히면 죽거나 다칠 것이었는데, 기호는 실물과 사소한 관련도 없이 떠돌다가 사라지는 부표와 같았다> 주간경제지 기자인 마차세가 숫자에 약하다는 설명을 하는데 동원된 김훈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숫자(기호)가 실물을 대변하기는 하지만 그 사이에 허방이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 허방을 가능한 촘촘히 채워보려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디엠지미디어에서는 두 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는데요. 하나는 시장의 흐름을 읽는데 유의미하지 않는 데이터를 임의로 거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숫자가 냉정함을 잃고 이리저리 뒤틀리는 현실에 가까워져 통계자료로써의 일관성 유지가 어렵습니다.
또 하나는 숫자가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읽으려 노력하는 것입니다. 예컨데 이번 2월의 경우 평년에는 설연휴가 있었지만 올해에는 1월에 설연휴가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들까지도 이해해야만 숫자와 실물의 허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월 청약동향 보고서를 요약하면,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습니다. 일부 지역과 단지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선전하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2월 보고서를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2017년 2월 평균청약경쟁률은 2.03대1이었습니다. 지난 3년간 월평균 경쟁률로는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숫자만 낮은 게 아니라 숫자의 질도 떨어졌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2월 청약동향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페이지입니다. 먼저 월별 평균경쟁률 추이를 보면 2014년 2월 5.48대1, 2015년 2월 8.66대1, 2016년2월 5.67대1을 보였습니다. 지난 달의 2.03대1 경쟁률은 2016년 2월 대비 35.8%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 1월과 비교해도 28.9% 선에 그칩니다.
2월 청약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단지는 청주에 선보인 서청주 파크자이인데요. 특별공급을 제외하고 1452세대를 대상으로 청약접수를 받은 결과 청약통장이 4594개가 접수됐습니다. 평균경쟁률은 3.16대1 수준입니다. 눈길을 끄는 단지는 전남 순천 조례동에 선보인 영무예다음으로 평균 5.9대1로 2월 청약단지 중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권역별로 보면 전체적으로 지난해 말 집중적인 밀어내기 분양 이후 소강상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급세대수를 보면 2월에 7177세대(특공제외)로 지난달보다 약 20%가량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7524세대(특공제외)와 비슷한 수준인데요. 실상을 보면, 지난 1월과 지난해 2월에는 설연휴가 있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최소 2주는 모델하우스 오픈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감안할 때 올 2월의 공급량은 숫자상으로는 전월과 전년동월과 비슷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부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청약통장 사용숫자를 보면 확연히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1월 대비 34.9% 수준인 1만4554개의 통장만이 2월에 사용됐습니다. 2016년 2월에는 4만2625건의 청약통장이 주택시장에 몰린 것과 비교해도 역시나 마찬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2월 평균경쟁률이 낮고, 청약통장사용숫자가 크게 줄어든 데에는 주택시장 침체라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이슈를 일으킬만한 알짜 단지의 공급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서울, 수도권 인기 택지지구(신도시), 부산, 대구, 광주, 세종시 등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메이저 브랜드 아파트 공급이 거의 없었던 2월. 때문에 2월에서 분양을 연기했던 단지들이 몰리는 3월에는 수치상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2월 청약진행한 지역 중에서 제주권이 주목됩니다. 제주에는 1월에 2개 현장 그리고 이번 2월에 4개 현장 등 2017년 들어 공급이 활기차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약경쟁율은 부동산시장이 뜨겁다는 제주의 명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 하귀 코아루 오션뷰 단지만이 1.60대1로 순위 내 마감했습니다. 제주에서도 전용 84형이 전용 59형보다 인기 있는 모습입니다. 지방 도시에서 이런 중소형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평형을 선호하는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단지들의 청약경쟁률이 낮습니다. 부산 양정 메리온시티는 그래도 역시 부산이라는 입지적 영향으로 전 주택형 1순위 마감되며 4.89대1을 기록했습니다. 대전 복수 센트럴 자이도 전 주택형 1순위 마감, 평균경쟁률 2.94대1로 선전했습니다.
인천의 베버리힐즈인 송도에도 대단지 아파트가 2월 선보였습니다. 호반베르디움3차 에듀시티(1494세대, 특공제외)로 청약통장은 3684건이 접수됐습니다. 평균경쟁률 2.47대1로 전체적으로 2순위에서 마감됐습니다. 84P형만이 1순위 마감됐는데요. 펜트하우스입니다.
청약경쟁률 0.23대1로 부진했던 오산 시티 자이2차에서도 테라스가 있는 84T형만 1순위에 마감되는 것을 보면, 주택시장에서 최상층 펜트하우스와 테라스가 있는 주택형에 대한 선호도 뜨거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년 넘게 월간 청약동향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최근 분위기가 좀 전과 다른 느낌을 갖게 합니다. 몇달 전만해도 몇 시간을 집중해서 현장들을 찾아봐야 했던 보고서 작성인데, 지난 달과 이번 달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수월하게 마마무리됐습니다.
3월 청약동향 보고서를 작성해 보면 일시적인 현상인지, 본격적인 분양랠리가 시작되는 시점인지 뭔가 감이 오지 않을까 합니다. 시장은 입에서 입으로 이뤄진다는 생각도 듭니다. 숫자와 실체와의 허방이 존재하긴 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는 이야기들 중에 몇몇은 디엠지미디어의 청약동향 보고서의 숫자들로 채워진다면 보다 허방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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