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만화경]부동산이랑 이야기하면 이상해?
‘부동산’이란 단어. 그 녀석 참 멋이 없습니다. 이건 순전히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부동산’이란 단어처럼 우리 생활에 밀접하면서도 생소한 단어도 드문 것 같습니다. ‘부동산’이라는 단어와 친숙한 조합의 단어를 떠올려 보면 ‘부동산’이 얼마나 멋없는 단어인지 확인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이랑 어떤 단어가 조합되시나요? 부동산투자, 부동산투기, 부동산개발 …. 굳이 부동산사기, 부동산비리 같이 부정적인 단어를 생각하지 않아도 근사하고 멋스런 조합을 찾기 어렵지 않나요?
굳이 딱딱하기로 유명한 경제 영역에 속하는 단어가 ‘부동산’이기 때문에 멋이 없다고 변명해 보았자 소용없더군요. 이를테면 ‘엔젤투자’ ‘벤처투자’ ‘선물옵션’ ‘펀드매니저’ 같이 뜻도 모를 경제 관련 용어들은 괜히 멋스러워 보이는 건 혼자만의 것일까요?
이쯤 되면 ‘부동산’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근사한 조합을 찾아서 체면을 살려야 된다. 이렇게 ‘부동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오기가 발동합니다. 하지만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부동산’이란 단어가 더해졌을 때 비소로 빛을 발하는 정말 멋진 표현이 하나 있습니다. ‘부동산과의 대화’입니다. 근사하지 않나요? 이 조합만큼 근사한 조합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시인 유치환의 깃발에 나오는 ‘소리 없는 아우성’에 버금가는 멋진 역설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지 부동산이 무생물인데 어떻게 대화를 하느냐?는 깜찍한 발상 때문에 멋져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무생물과의 대화. 그것만으론 역설적이지 않지요.
예를 들어볼게요. 빨간 에나멜 하이힐을 신는 아름다운 아가씨는 어렸을 때 ‘테디베어’랑 수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테디베어’랑은 왠지 스킨십도 하고, 이야기도 주고받아야 마땅해 보이지 않나요?
‘부동산과의 대화’에는 장인의 숨결이 깃들어져 있기에 멋스럽습니다. “가만히 그리고 꾸준히 부동산을 보고 있으면 뭔가 말하는 게 있을 겁니다.” 부동산을 처음 접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그 역설적인 표현에서 받은 정신적 충격은 말로 설명이 안 되던데요.
당시를 회상합니다. IMF이후 대구에는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뚝 끊겼습니다. 그곳에 서울의 대기업 건설사가 아파트를 시공하려고 사업성 등을 검토하는 자리였습니다. 현장은 대구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습니다. 주변 개발이 더딘 곳인데 덩그런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누가 살까 싶었습니다. 땅도 고르지 않았습니다. 부지 뒤편에 저수지가 있어서 축대를 쌓아 땅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3층까지는 창밖으로 축대를 볼 수밖에 없는 약점이 부동산 초년병에겐 거슬렸습니다.
저수지 뚝 위에 나란히 섰습니다. 아파트 부지를 바라봅니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입김이 절로 납니다. 건설사 개발팀 과장과 시행사 관계자가 땅을 보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그동안 공급이 없던 터라 수요는 있어요. 하지만 위치가 그리 좋지는 않아요.” “그렇겠네요.” 담배를 물고서 찬바람을 코트 깃으로 막으며 한참을 서 있습니다. 지루합니다. 저수지에 돌멩이를 던져 제비치기도 해봅니다.
“아파트 이름에다 서브 브랜드로 레이크(호수)를 넣어야겠어요. 단지에서 저수지 제방까지 길을 만들어서 자연스레 호수와 등산을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유도하면 승산 있겠습니다.” 건설사 과장이 얘기했지요. 그리고는 추위를 피해 차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는 길에 말을 건넵니다. “가만히 그리고 꾸준히 부동산을 보고 있으면 뭔가 말하는 게 있을 겁니다.”
그 뒤로 부동산개발 현장을 다닐 때면, 담배를 꺼내 물고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부동산과의 접선을 시도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태 어떤 부동산도 아무런 말을 건네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동산과의 대화’는 천리안을 가진 초능력자의 근사함이 묻어나는 단어들로 다가오나 봅니다.
강원도 춘천시에 다녀왔습니다. 복선 전철화된 경춘선은 남양주 별내지구를 관통하더군요. 별내지구 개발현장이 전동차 유리창 밖으로 스치듯 지나갑니다. 복선 전철 이 녀석 엄청 빠릅니다. 시속 180km미터로 달립니다. 그 순간 별내지구(2012년 역사완공)가 말을 건넵니다. “나 빠른 녀석이야. 달리기 잘해. 서울까지 금방 뛰어가.” 어떤가요? 부동산이랑 이야기하면 이상한가요?
/글=디엠지미디어 이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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