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만화경] 부동산관련 자격증 중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공인중개사와 주택관리사 자격증입니다. 공부할 분량도 만만치 않고, 합격률도 그리 높지 않아 손쉽게 가질 수 있는 자격증은 아닙니다.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어야 일정기간 현장경험을 거친 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소장을 할 수 있습니다. 법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주택관리사 자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격증이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본부장님, 은퇴준비 다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고민 끝에 결심했지. 1년간 준비해서 주택관리사 자격증 땄어.”
“주택관리사요?”
“응. 회사가 지은 아파트에서 일해 보려고.”
“회계학도 공부해야 하니 쉽지는 않을 걸세.”
“좋아 보입니다.”
한 대형건설사 임원의 선택입니다. 주택공급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살려 관리업무를 하면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고 말하는 표정은 평온했습니다. 주변 어르신들에게 이런 말을 듣곤 합니다.
“정년퇴임하면 아파트 경비업무라도 할 걸세. 모름지기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해야 하는 법일세.” 실제 아파트 경비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어르신이 고생하는 건 애타지만, 직업의 귀천이란 게 없으니까요.
좀 더 욕심내면 단순 경비업무보다는 단지자체를 관리하는 소장업무로 그 정신은 이어지는 게 아닐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주택관리사자격증에 도전하는 사람은 정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럼 실제 아파트관리사무소의 애환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생활공간이 단지를 벗어나지 않아요.”
“매일 같은 아파트에 출근했다가 퇴근하니 세상을 몰라요.”
“만나는 사람이 입주자대표, 외부업체 정도가 다지요.”
아파트 관리소장은 보통 주택관리업체에 소속돼 있는데요. 주택관리업체는 아파트단지를 입주민을 대신해 관리해주는 서비스업체입니다. 우리관리, 대원종합관리, 서림주택 등 500개 단지 이상 관리하는 대규모 업체들도 있지요. 이들 관리업체를 통해 아파트에 배치 받으면 보통 2년 이상을 아파트 단지로 출퇴근합니다. 업무 특성상 생각보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는 일이 많지 않다고 합니다.
“우린 승진이 없어요. 10년째 관리소장이에요.”
“시간이 지난다고 연봉이 크게 오르지 않아요.”
“규모가 작은 단지로 가면 연봉이 떨어지기도 해요.”
30대 중반에 자격증을 땄다는 한 아파트 관리소장의 얘긴데요. 안정된 직업이기는 하지만 승진이라는 동기부여가 없어서 정체된 느낌이라고 합니다. 또 급여문제인데요. 직원급여, 복지 등 관리사무소 운영비는 입주민들이 내는 관리비에서 충당됩니다. 대개 관리비를 적게 내고 싶어 하는 입주민의 특성상 급여를 많이 받기 힘든 구조라고 합니다.
“관리소장은 눈치를 잘 봐야 롱런할 수 있어요.”
“입주자대표를 따라야 하지만 너무 가까워서도 안돼요.”
“다른 대표가 선출되면 자칫 오해생길 수 있으니까요.”
“말 많은 단지에 발령받으면 마음고생 이만저만 아니죠.”
솔직히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라고 대놓고 말하는 관리소장도 있었는데요.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 입주자대표의 결재를 받아서 자금을 집행합니다. 법적으로 아파트 관리의 주체는 입주자들이고, 입주자들이 뽑은 대표입니다. 실무는 관리업무를 대행하는 관리사무소의 소장일 겁니다. 그래서 관리소장이 입주자대표와 서로 코드가 잘 맞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일부 아파트 단지는 입주민들 사이에 알력다툼이 심합니다. 자칫 단지 내 정권이라도 바뀌는 날에는 관리소장의 목은 물론 관리업체까지 바뀌는 수가 있습니다. 분위기 좋은 단지에 가면 관리소장 편하게 일하는 거고, 말 많고 탈 많은 단지에 가면 관리소장 일이라는 게 고생입니다.
그 동안 만난 주택관리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좀 더 선진화된 관리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습니다. 주택관리사 자격증과 아파트관리 사무소장 그리고 아파트관리업계에 대해 다소나마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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