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와 부동산 가격 하락

죄수의 딜레마라는 것은 경제학의 기초적인 내용인데 , 풀어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건의 용의자로 A, B 두 사람이 체포됐다. 경찰서에서 A와 B 두사람을 다른 방에서 취조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자백했는데 맞은편의 공범이 자백하지 않으면 당신은 수사에 협조했으니 무죄로 풀려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저쪽 공범이 자백하고 당신이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당신은 8년형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둘 다 아무 말도 안하면 두 명 모두에게 1년형을 내리게 된다. 반대로 같이 자백하면 각각 5년씩 선고받을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 내용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용의자들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경우는 내가 먼저 자백하고 상대방은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묵비권을 행사하는데 상대방도 묵비권을 행사하여 같이 1년씩만 형을 받는 경우도 그나마 나쁘지 않다. 만일 같이 자백하면 각 5년이니 고민될 것이고 만일 나는 묵비권을 행사하여 죄를 부인하는데 상대방이 먼저 의리없이 자백해 나만 8년형을 받으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게 되는 것이다.

이때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겠는가. 상대방에게는 미안하지만 내가 먼저 자백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실제 실험에 있어서는 100% 모두 자백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부동산 가격에도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는데 바로 가격 하락기의 부동산 가격이 그것이다. 용의자가 아닌 매도자라 가정하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가 나왔다고 바꾸어보자.

'당신이 매물을 내놓았는데 옆집 주인도 매물을 내놓았다. 만일 같이 가격을 유지하면 2000만원만 낮게 매물을 같이 처분할 수 있을 것이고 만일 상대방이 먼저 5000만원을 낮추면 당신은 부동산을 팔 수 없게 된다.

만일 같이 가격을 낮추면 같이 1억원 낮게 매도처분할 수 있다.혹시 당신만 가격 낮추기로 하면 당신은 1000만원만 낮게 매도할 수 있다.선택하라'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 내용을 그림으로 다시 나타내보자.

나에게 있어 가장 좋은 경우는 옆집은 가격을 내려줄 수 없다고 버티고 나는 가격을 낮추겠다고 하는 경우가 된다. 같이 가격을 유지하여 2000만원 낮은 가격에만 매도할 수 있다고 해도 그다지 나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만일 옆집 주인이 무조건 가격 낮추어 팔겠다고 하면? 나는 5000만원이나 1억원 낮게 팔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나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숫자상으로는 둘 다 현가격 아니면 못팔겠다고 하면서 마지못해 1000만원 낮게 파는 것처럼 내가 팔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이다. 하지만 만일 옆 집 주인이 먼저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면 나에게는 큰 손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숫자상으로 같이 버티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우선 내가 팔고 나가야 하기에 옆 집에는 미안하지만 가격을 낮추어 주겠다고 부동산 중개업소에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은행의 대출 금리가 높아지거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는 경우 먼저 부동산을 팔기 위해 현찰 들고 부동산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우위에 서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내가 사정이 좀 급하다 싶으면 시세보다 낮추어 팔아야 하는 것이고 적어도 옆 집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 거래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아파트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어 매물로 내놓게 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가격을 지키면 손해의 폭이 작아지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고 우선 내가 팔아야 하니까 무조건 가격을 맞추어 주겠다는 이야기도 하게 된다.

부동산 가격은 소문이 빨라서 누가 낮은 가격에 거래했다고 하면 다음 사람은 그것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언론에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가 1억 낮게 또는 2억 낮게 매물로 팔렸다’란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기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가격이 점점 올라가는 시기에는 먼저 높은 값을 불러서 사겠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말이다.

부동산의 가격이 심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시기에는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나 하락세을 부추긴다고 보면 된다. 이 시기를 조금만 견디면 더 낮은 가격이 사거나 더 높은 가격에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

소나기는 피해가라는 말처럼 폭락기·폭등기에는 잠시 거래를 쉬는 것도 적절한 부동산 투자인 것이다.

/글=주택문화연구소 우용표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