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부동산리뷰

‘섹시’하지 않아, ‘킬’하고 ‘칼질’ 체크해

말랑말랑 부동산이야기 - 부동산 만화경




'섹시'하지 않아, '킬'하고 '칼질' 체크해





덜컹. 덜컹.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게 아무르군의 취미입니다. 규칙적인 떨림과 진동음에 글을 읽고 있으면 절로 졸음이 밀려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그렇게 찾아오는 평화로운 졸린 느낌도 사랑합니다. 


“족구하라 그래, 졸라 웃긴다.”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깔깔대며 지하철로 밀려듭니다. “십장생, 완전 쩐다.” 그러자 옆에 있는 녀석이 말합니다. “솔까말, 은정이 갸루는 즐이다.” 앞머리로 눈을 가린 남학생이 철학적인 한 마디를 뱉습니다. “레알 현시창이야.” 


아무르군이 즐기는 졸린 독서의 평화로움이 깨집니다. 머릿속으로 녀석들의 대화를 번역합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은정이의 진한 스모키화장을 보면 ‘조용히 꺼지세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자 앞머리 긴 학생이 “진짜, 현실은 시궁창이야”라는 선문답이 영 거슬립니다.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로 세상을 전하는 걸 자랑스러워하는 아무르군의 눈살은 찌부러집니다. 


“야 인마, 제목이 이게 뭐니. ‘섹시’하지 않잖아. 이건 ‘킬’이야. 다른 걸로 ‘엣지’있게 ‘우라까이’해서 30분 내로 올려.” 성격이 불같은 데스크의 호령에 순간 주변은 정적만 흐릅니다. 사무실로 들어오기 무섭게 데스크에게 봉변을 당한 아무르군은 시무룩합니다. 그런 아무르군이 미덥지 못했던지 데스크는 미주알고주알 코치를 합니다. “자신 없으면 ‘깔세 뜨자, 찍기 성황’이런 ‘야마’로 정리하란 말이야.”  


신나게 깨지고 자리로 돌아오자 수습이 말합니다. “선배, 무슨 말이에요?” 갈 길이 멉니다. 한국말을 하는데 알아듣지를 못하니 이건 ‘가나다’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입니다. 괜히 성질이 납니다. 그래도 착한 아무르군. “기사제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잖아. 그래서 그 기사 버리고. 다른 걸로 짜깁기해서 쓰라는 거잖아.” 친절합니다. “깔세랑 찍기는 뭔데요?” 인내하는 아무르군에게 직업정신 투철한 수습은 집요합니다. 


“단기간 동안 보증금 없이 임대기간의 월세를 한꺼번에 지불하는 걸 ‘깔세’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찍기’는 싸게 나온 물건을 계약금만 걸어두고 고객에게 되파는 수법을 말하는 거지.” 10년 동안 부동산업계 소식을 전하는 내공이 스스로 뿌듯했던 아무르군. 데스크에게 혼나 시무룩했던 기분이 좀 풀리는 것 같습니다. ‘나도 부동산에 대해 좀 아는 구나.’ 스스로 기특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 


“선배, 근데 그게 우리 말 맞아요?” 말똥말똥. 초롱초롱. 눈치가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아무르에게 충격적인 한 마디입니다. 데스크의 불호령보다 더 근본적인 충격에 아무르는 멍해집니다. 


우리말을 사랑하자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데. 이야기가 산을 갑니다. 부동산에도 은어가 많이 쓰입니다. 습관적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편법적인 일들을 숨기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동산 은어를 알면, 부동산이 보인다는 말도 있습니다. 부동산 은어는 부동산을 보는데도 유용하지만 즐기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게 부동산을 즐기는 것이잖아요.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 피(프리미엄, 웃돈), 통매각(건물을 통째 사서 되파는 행위), 떼분양(벌떼처럼 많은 인력이 분양현장에 투입,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형태), 딱지(입주권)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부동산은어겠지요. 


찾아서 알아두면 좀 더 재미있고, 유익한 은어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은어에 대해선 조인스랜드의 김영태 선배가 일각연이 있는데요. 김 선배가 쓴 책과 기사에 은어가 많이 소개돼 있습니다. 일부를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은어로 ‘마귀’가 있다. ‘마귀’란 3~4억 원 정도의 여윳돈을 굴리는 ‘아줌마 부대’를 말한다. ‘돌려치기’ 수법도 있다. ‘돌려치기’란 특정 부동산에 대해 사고팔기를 반복해 가격을 올리는 수법을 말한다. ‘폭탄 돌리기’로도 불린다. 투기꾼들은 ‘돌려치기’를 통해 부동산값을 높인 후 물정 모르는 초보 투자자에게 '막차'를 태워 시집보낸다. 


‘폭탄분할’이란 분할이 어려운 땅을 소송을 통해 합법적으로 ‘칼질(쪼개기)’하는 수법을 말한다. 대개 현지 ‘똠방(무허가 중개업자)’를 동원해 먹잇감이 될 만한 땅을 물색한다. ‘똠방’들은 때로 스스로 ‘데두리’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데두리’란 싸게 나온 좋은 땅을 선점한 다음 웃돈을 받고 넘기는 수법을 말한다. 


‘똠방’들은 ‘찍기(계약금만 걸어두는 것)’를 통해 원주민들로부터 땅을 확보한다. 때로 ‘고추가루 뿌리기’를 통해 중개업자로부터 물건을 빼앗아 오기도 한다.” 


부동산 은어에 대해 지금까지 생각해 봤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유명하고, 가장 흔해진 부동산은어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어떤 은어가 부동산 은어 중 인지도 1위라고 생각하세요? 


생각건대, 아마 ‘복부인’이란 은어에 영예의 1위를 주고 싶습니다. ‘복부인’은 마치 은어가 아닌 일반명사처럼 인식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유명해졌으니, 1등 수상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글=디엠지미디어 이자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