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냥도 없습니다. 라이터도 없습니다.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언제든 다시금 지필 수 있는 불씨가 무척 소중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부엌의 불씨를 항상 살려두려 애썼습니다. 부엌에는 언제든 불씨를 품고 있어야 했습니다. 중요한 일입니다.
혹여 불씨를 꺼뜨리기도 한 날에는 큰 사단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혼이 빠지도록 질책을 들은 며느리. 눈물을 훔치며 불씨를 얻어야 합니다. 따뜻한 아침을 차리기 위해 새벽부터 이웃의 단잠을 깨워야만 합니다. 그렇게 불씨는 소중했습니다.
빌려올 수라도 있는 불씨. 마음의 불씨는 어디서 빌리지 못합니다. 스스로 동하고, 스스로 지펴야 겨우 얻습니다. 좀처럼 지펴지지 않던 마음. 다행스럽게도 한 편에서 온기를 머금고 있었나 봅니다. 2013년 5월. 부동산을 말랑하게 이야기하려던 부동산만화경의 불씨가 꺼지고, 어느 덧 3년.
다시금 요지경 세상 속 부동산이야기를 담으려 합니다.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누가 지키지도 않습니다. 아직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말랑말랑하게 다룰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만화경을 통해 소통하지 않았을 뿐. 부동산을 들여 보는 건 다름없었기에 큰 어려움도 느끼지 않습니다.
반갑다. 오랜만이다. 기다렸던 사람도 있겠습니다. 숙성된 이야기가 시큼하다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예전 같지 못하다는 아쉬움도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낯설 수도 있겠습니다. 뭐지? 기사야? 칼럼이야? 에세이야? 장르에 대한 궁금증이 들기도 하겠습니다.
다 맞습니다. 기사이자, 칼럼이고 생각을 붓 가는 대로 쓴 수필이기도 합니다. 애초 부동산 만화경은 장르를 파괴하고 태어난 녀석입니다. 그 파격적인 그릇에 말랑한 부동산이야기를 다시 담으렵니다.
계획대로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필력이 예전만 못할 수도 있겠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던 일들이 더 많았기에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마음의 불씨를 차마 지피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최근 접한 이야기들에 힘을 얻습니다. 그 얘기는 이렇습니다.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탄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계획했던 사람입니다. 그렇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을 계획하는 것 자체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셉니다. 계획하지 않은 사람들이 느낄 수 없는 무기력함은 신이 아니기에 당연한 겁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애쓰고 계획하는 의사들의 가장 힘들어 하는 게 뭔지 압니까? 애씀에도 수많은 환자들이 명을 달리한다는 겁니다. 삶과 죽음은 인간의 몫이 아닌 신의 영역이니 당연한 겁니다. 의사는 그저 열심인 게 미덕이고, 실패에 흔들리지 말아야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부동산 이야기를 찾아보는 독자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겠습니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부동산 재테크에 도전하는 많은 사람들. 갑작스런 대출금리 인상, 정부의 규제강화 등 악재를 만나 역시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힘들어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군가는 뜻하지 않게 치열한 청약경쟁률을 뚫고 로열층 당첨에 환호할 수도 있고, 길이 뚫려 집값이 껑충 뛰기도 했겠습니다. 이 또한 계획에 있지 않았던 경우도 많겠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지만 계획되지 않음이 아니었기에. 무한한 응원을 드립니다. 계획하지 않는다면 애써 부동산 만화경을 찾아 읽으며 새로운 부동산 이야기를 접하지도 않았겠습니다. 만화경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에는 자신의 계획이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그러기에 만화경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멋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각각이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그저 부동산 만화경, 새롭게 지핀 불씨가 얼마나 양질의 온기를 세상에 뿜어낼지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이야기들을 공유하려 합니다. 이런 노력은 누군가에게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영감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만화경의 불씨쯤이야 가볍게 살릴 것 같았습니다. 그 오만함에 방황하던 3년. 마음의 불씨를 간직하지 못했던 어리석음을 극복하려 합니다. 부동산 만화경으로 소통하고, 부동산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길 바랍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디엠지미디어 이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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