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부동산 하우징올을 운용하는 건설 부동산 온라인 마케팅 전문기업, 디엠지미디어에서는 부동산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온라인을 통해 배포하고 있는데요. 부동산을 소재로 한 이야기도 짓고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콘텐츠는 하우징올에서 공개한 바 있는 장편소설(꽁트) <챔피언의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마치 소설 <공중그네>에 나오는 기이한 의사, 이라부를 보는 것 같은 독특한 부동산 전문가가 세계챔피언의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게 하는지에 대한 유쾌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울러 동행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도록 하는 감동도 곁들어 있습니다.
챔피언의 아름다운 동행
입에서 단내가 납니다. 벌써 10년째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할 때마다 고통스럽습니다. 새벽 5시 부등산은 적막하기만 합니다. 고요한 아침공기는 산을 뛰어오르며 내뿜는 짐승 같은 숨소리에 흔들립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챔피언벨트를 지켜야 한다는 집념만이 가득합니다.
숨이 턱까지 찰 때면 정상에 닿습니다. 거기서 멈추면 지는 겁니다. 정상에서 딱 5분, 5분만 팔 벌려 뛰기를 더합니다. 호흡이 가팔라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딱 5분 더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한계까지 스스로를 내몹니다. 그것이 장수하는 챔피언의 비결입니다.
요 며칠 이상합니다. 10년을 반복하던 일이 두렵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4시30분이 되자 자명종이 울립니다. 올 것이 왔습니다. 밤새 뜬 눈으로 잠을 설쳤기에 찌르릉 대는 자명종의 울림이 또렷합니다. 이불 속에서 나오기가 싫습니다. 아니 무섭습니다. 부등산 정상까지 헐떡이며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상에서 5분 더 헐떡일 상상을 하니 몸이 쪼그라듭니다. 하지만 챔피언입니다. 온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국민영웅입니다. 뛰어야지요.
요 며칠 이상한 녀석을 만납니다. 헉헉. 산악구보의 고통이 뼛속까지 차오르기 시작할 쯤 입니다. 어슬렁거리며 새벽 산을 오르는 남자가 있습니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그 녀석을 스쳐지나 갑니다. 어울리지 않게 청바지에 슬리퍼를 딸깍거리며 산을 오릅니다. 파이팅이라며 격려하는 꼴이 괜히 사납습니다. 손에 든 까만 비닐봉지가 눈에 거슬립니다. 대체 왜 이런 시간에 그런 복장으로 어슬렁거리는 지 궁금합니다. 처음엔 고된 새벽훈련에 무관심하게 지나쳤지만, 그렇게 반복되니 자꾸 묻고 싶어집니다. 왜 이렇게 힘든 산을 어슬렁거리느냐고.
“아침 먹으로 와요. 집에서 먹으니까 재미없어서요.”
“헉. 헉. 헉. 헉”
“역시 챔피언이 왜 새벽에 산을 뛰는지 알겠네요.”
“헉. 헉. 헉”
“산의 정기를 받은 아침식사. 꿀맛이네요.”
“헉. 헉”
“챔피언도 산을 뛰어다니지만 말고 밥 먹고 가요.”
“헉”
기분 나쁜 녀석입니다. 전쟁터와 같은 부등산을 겨우 아침 먹으러 오른다니. 신성모독입니다. 챔피언에 대한 도전입니다. 아니 자기와의 싸움에서 졌다는 게 분통터집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심정으로 부등산을 뛰어오르기도 벅찬데 청바지에 슬리퍼 사내에게 관심을 돌린 게 문제였습니다. 사소한 빌미로 챔피언의 고된 훈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자기합리화에 화가 치밉니다.
“여보, 아침밥 줘.”
“먼저 샤워하고 나오세요.”
“귀찮아. 밥부터 줘.”
“요즘 대체 왜 그래요?”
그렇습니다. 요즘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몸을 만들지 않으면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챔피언 방어전이 쉽지 않을 텐데요. 밥상을 받아 놓고도 멍합니다. 아내가 밥상머리에 바짝 다가앉아 눈치만 살핍니다. 좋아하는 장어즙 내려줄까 묻습니다. 장어즙이 소용일까요. 개소주라도 마셔볼 테냐고 근심합니다. 개소주로 해결되겠습니까. 대화는 그렇게 뚝뚝 잘려나갑니다. 아내가 망설이다 말을 꺼냅니다.
“그러지 말고 당신, 전문가를 찾아가 봐요.”
“시합이 코앞인데 무슨 소리?”
“이대로 있다간 큰 일 나겠어요. 한 번 만나 봐요.”
“그럴까?”
괴팍하지만 용하다고 소문난 전문가를 추천받았습니다. 아마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에 기대가 큽니다. 도시 외곽의 허름한 오피스텔이 밀집된 곳에 이릅니다. 간판조차 걸려있지 않습니다. 용하다는 전문가의 사무실이 있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듭니다. 괜히 왔나 싶습니다. 망설임은 짧습니다. 부딪혀서 해결하자는 게 10년 챔피언의 철학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사무실이 이렇게 생긴 게 맞을까요? 무슨 응접실 같습니다. 흔한 책상은 구석에 쳐 박혀 있고, 책상위에는 잡다한 서류들이 쌓여 있습니다. 대신 소파가 큼지막하게 중앙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 아침에 뵙고 또 뵙네요.”
‘뭐야. 이 녀석이 전문가야?’
새벽 부등산에서 봤던 청바지에 슬리퍼차림의 이상한 녀석이 소파에 벌러덩 누워서 인사를 건넵니다. 역시 그 옷차림 그대로입니다. 그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실망한 표정으로 머뭇거리고 있을 때입니다.
“김 선배라고 합니다. 진짜루 컨설팅 대표이지요.”
“그러지 말고 자리에 앉아요.”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라 뭐부터 해야 하나….”
김 선배라는 이름도 우스꽝스럽고, 회사이름이 ‘진짜루 컨설팅’이라는 것도 전혀 신뢰감이 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파리조차 없는 휑한 사무실이 과연 용하다는 전문가인가라는 의심이 들게 합니다. 청바지와 슬리퍼차림에서는 허무함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아니요. 됐습니다. 돌아가겠습니다.”
“에구구. 그러지 말고 앉아요.”
“왜 이러세요?”
“저도 좀 먹고 삽시다. 애써 온 걸음인데 제게 맡기시죠.”
“이 사람이.”
화가 나려는 순간, 아내에게 추천했다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참기로 합니다. 시합을 앞두고 시간을 쪼개서 찾았는데 아깝기도 합니다. 의외로 소파는 넓고 푹신합니다. 몸을 감싸하는 가죽의 촉감이 그럴싸합니다. ‘찌그러져가는 사무실에 뭔 소파는 이렇게 좋은 걸 쓰나.’
“집값이 떨어져서 걱정인가 보네요.”
“괜찮습니다. 사는 게 다 그런 거니까요.”
“잘 왔어요. 이 김 선배가 다 해결해 줄게요.”
약장사처럼 살살거리며 혼자서 떠듭니다. 제 까짓 게 뭘 안다고. 근심거리를 털어 놓기도 싫습니다. 사무실 벽을 가득 채운 사진들로 눈길을 돌리고 맙니다. ‘진짜로 돕겠습니다. 진짜루 컨설팅 대표 김 선배’라고 쓴 붓글씨 액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 액자 옆으로 익살스런 표정의 김 선배와 당황한 표정의 사람이 담긴 사진이 수 십 개 걸려 있습니다. 하나같이 각도가 엉망입니다. 마치 몰래 찍은 사진 같습니다.
“찰칵.” 김 선배가 갑자기 달려들어 사진을 찍습니다. 어깨에 손을 두르더니 볼을 가져댄 채로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참는 것도 정도껏입니다. 벌컥 화를 내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데.
“됐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돌아가세요.”
“시합이 1주일 남았죠? 시간이 없으니 긴급처방을 할게요.”
“이 장비 입고서 아침운동하세요. 3일 뒤에 다시 봐요.”
김 선배는 이상하게 생긴 조끼를 던져 주더니, 디지털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있습니다. 사진 잘 나왔네. 하면서 히죽거리더니 컬러프린터로 출력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 놓습니다. 조끼를 받아 든 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내가 아침부터 성화입니다. 전문가에게 돈 들여 얻은 처방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그 녀석 돌팔이다. 그 녀석 추천한 사람 대체 누구냐. 따져 물으며 뿌리치려 했지만 여자 이기는 장사 없습니다. 시합까지 이제 겨우 엿새.
입에서 단내가 납니다. 진짜루 컨설팅의 김 선배가 준 요상한 조끼를 입고 뛰려니 산 중턱인데도 벌써 죽을 것 같습니다. 부등산의 고요한 아침공기는 산을 뛰어오르며 내뿜는 짐승 같은 숨소리에 흔들립니다.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챔피언벨트를 지켜야 한다는 집념만이 가득합니다.
김 선배가 어김없이 나타납니다.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새벽 산에 아침 먹으로 온 것이겠지요. 근데 진짜루 컨설팅은 시 외곽에 있는데 왜 이런 곳에서 아침 먹는다고 어슬렁거리는 거지. 잡념을 버려야 해. 이제 곧 시합이야. 김 선배를 보자 그가 준 조끼가 더욱 거추장스럽습니다.
“파이팅! 조끼가 잘 어울리는데요.”
“내일은 못 와요. 모레 사무실서 봐요.”
“부등산서 먹는 아침밥. 일품인데 아쉽네.”
시합까지 이제 겨우 삼일 남았습니다. 온 몸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여전히 알람소리가 무섭습니다. 용하다는 전문가 김 선배가 처방해준 조끼요법은 신통치 않습니다. 화가 나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시합이 걱정입니다. 아내가 전문가를 만나러 가야 한다고 또다시 성화입니다. 이번엔 동행하겠다는 겁니다. 그럴 필요 없다. 갈 필요조차 없다. 엉터리다. 말했지만 속는 셈치고 함께 가자고 애원합니다. 애원까지 하는 이유를 몰랐기에 그러자고 합니다.
역시나 소파에 누워 있습니다. 잠에 취했는지 인기척을 내도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아내가 몸을 흔들자 겨우 눈을 뜹니다. 술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게 절로 눈살이 찌그러듭니다. 이상하게도 촉감 좋은 소파가 진짜루 컨설팅에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쿠. 미안합니다. 어젯밤 중요한 일을 하느라.”
“조끼 잘 가지고 왔지요? 흠집 난 곳은 없죠?”
“사모님도 오셨네요. 굳이 오시지 말라니까.”
“일은 잘 해결되었으니 걱정 마세요.”
“이번 타이틀 방어전도 오케이죠?”
무뢰배 김 선배는 역시나 혼자서 주절거립니다. 이상하게 아내와 김 선배가 서로 아는 눈치입니다.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이지요? 아내가 김 선배에게 깍듯이 인사하며 소파에 앉습니다. 앉으며 챔피언을 끌어당겨 앉힙니다.
“선생님 일이 잘 풀렸다니 다행이에요.”
“선생이 아니라 선배입니다.”
“네네. 선배님. 정말 고맙습니다.”
“여보, 무슨 말이야?”
김 선배가 아내에게 눈치를 줍니다. 아내가 차근차근 말을 풀어 놓습니다. 챔피언이 퉁퉁 부은 얼굴로 번 돈을 굴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동산에 투자했다고 합니다.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재테크를 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챔피언에게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대충 그렇습니다. 뛰고 구르고 격렬했던 삶이었기에 챔피언은 더 이상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모님, 일단 투자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게 맞습니다.”
“고분양가로 선보인 아파트를 따져보지 않고 분양받은 게 잘못입니다.”
“하지만 이번에서는 다행히 좀 조정할 여지가 있어 보였습니다.”
“분양업체를 찾아가 변경된 분양조건을 적용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MGM수수료를 계약자에게 돌려달라고도 말했고요.”
“중도금을 무이자로 돌리고, 발코니 무료시공 받고….”
“그 정도면 20% 정도 간접할인이니까 추후 회복의 여지는 있습니다.”
“어제 밤새도록 분양업체 사람들이랑 술 마시느라 고생 좀 했지요.”
김 선배는 여느 때와 사뭇 다른 표정입니다. 아내는 연신 감사하다 연발입니다. 근데 조끼는 뭐냐고 묻습니다. 실은 챔피언도 조끼처방이 궁금합니다. 김 선배 까불거립니다. 밉지 않습니다.
“현장을 조사해 보니, 인근에 노인요양시설 들어선다고 합니다.”
“노인요양시설 들어오면 집값 떨어진다고…. 쩝.”
“사모님, 챔피언이 입은 조끼가 노인체험 복장입니다.”
“노인의 몸이 된 챔피언이 안쓰럽지 않으셨나요?”
“부동산컨설팅을 하는 진짜루지만, 그런 걸 빌미삼지 않아요.”
“챔피언이 체험했듯이 약자를 위해선 조금씩 서로 양보해야죠.”
“노인요양시설을 탓하며 집값에 신경쓸까봐 조끼 권했어요.”
아내의 웃는 얼굴을 보았습니다. 내 여자의 웃는 얼굴을 본 다음날 알람시계가 올리기도 전에 눈을 떴습니다. 아내의 웃음소리는 챔피언의 승리방정식이었습니다. 마치 삼손의 머리카락처럼 챔피언에겐 힘의 원천이었습니다. 그 웃음소리가 최근 집에서 사라졌던 것입니다. 아내의 웃음을 잃게 한 건 챔피언이 피 흘려 번 돈으로 장만한 새 아파트가 말썽을 부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김 선배라는 웃기는 사람. 진짜루 컨설팅의 대표가 아내의 웃음 찾아 주었습니다. 아니 챔피언의 힘을 되찾아 주었습니다.
이제 김 선배가 처방한 조끼는 필요 없어졌습니다. 조끼를 벗고 부등산에 오르자 정상에 다다랐는데도 숨이 차지 않습니다. 단숨에 정상까지 내 달렸습니다. 몸이 한 층 가벼워졌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몸으로 지낸 3일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름다운 동행이었습니다. 내일이면 타이틀 방어전입니다. 힘 불끈 솟은 챔피언에게 대드는 불쌍한 도전자에게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끝.
글=디엠지미디어 이자량
'디엠지미디어 > 디엠지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 2017.01.26 |
---|---|
디엠지 티스토리 탄생 비화 (0) | 2017.01.11 |
다시 쓰는 요지경 세상 속 부동산이야기 (0) | 2017.01.09 |
(자체생산)중편 소설-별내리 (0) | 2017.01.03 |
12월 점심회식 겸 송년회 만찬 in 엠블호텔 킨텐스 (0) | 2016.12.15 |